[광주=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왜 KIA 타이거즈의 '핫코너'를 책임질 3루수만 되면 '졸보'가 되는 걸까.
올 시즌 개막 전 KIA 3루수는 무한경쟁지대였다. 지난 8년간 붙박이 3루수로 활약한 이범호(38)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햄스트링(허벅지 뒷 근육) 부상으로 중도하차하면서 공백을 메울 대체자원이 필요했다. 당시 '멀티 능력'을 갖춘 최원준(22)과 이창진(28)이 테스트를 받았다. 최종 낙점된 주인공은 최원준이었다.
최원준의 시즌 초반 수비력은 나쁘지 않았다. 3루 강습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2016년 KIA 유니폼을 입은 뒤 포구 기술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나름대로 3루 수비를 잘 버텨나갔다. 그러나 타격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자 수비 불안까지 찾아왔다. 5월 17일 박흥식 감독대행이 KIA의 임시 지휘봉을 잡은 뒤 1군으로 다시 콜업됐지만 불안한 수비는 여전했다. 강한 어깨를 가지고 있지만 송구의 릴리스포인트가 불안정했다. 글러브 핸들링도 좋지 않아 자주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주지 못하자 '3루 수비 트라우마'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박 감독대행은 "원준이가 3루 수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더라. 그래서 외야수로 포지션을 옮겼더니 자신 있게 플레이 하더라. 그렇게 선수들에게 맞는 옷을 찾아주고 자신감을 끌어올려야 경기력이 나올 수 있다. 그것이 나를 비롯해 코칭스태프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원준은 지난달 22일 LG 트윈스전에서 이번 시즌 처음으로 우익수로 선발출전, 3회 말 2사 이후 김현수의 우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슈퍼캐치'하면서 수비에 대한 부담을 떨치는 모습이었다.
주로 중견수로 출전하던 이창진은 30일 시즌 처음으로 3루수로 중용됐다. 다만 두 차례 실수를 범하며 믿음을 배달하지 못했다. 1회 2사 이후 불안한 송구로 타자를 출루시켰다. 0-1로 뒤진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선 로하스의 평범한 땅볼을 포구에 실패했다. 결국 7회부터 중견수로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3루수 주인은 기존대로 박찬호(24)로 전환됐다.
사실 박 감독대행은 미래를 대비한 큰 그림에서 박찬호를 유격수로 활용하고 싶어한다. 5월 29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빅 픽처'를 실험하기도 했다. 주전 유격수 김선빈을 2루수로 돌리고 박찬호에게 유격수를 맡겼다. 김선빈의 컨디션이 꾸준하지 못할 것을 대비하는 측면도 있지만 '수비 달인' 박찬호가 유격수를 맡아주면 3루수에 다른 선수가 나설 수 있어 활용폭이 넓어진다.
최원준과 이창진은 좀 더 내야수비에 대한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올해 8월 경찰청에서 메이저리그급 어깨와 수비력을 갖춘 김호령이 전역한다. 타격만 받쳐주면 내년 외야 한 자리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외국인 타자와 최형우 이명기까지 버티고 있어 둘은 다시 무주공산이 될 3루수로 전향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KIA 내야수비 리빌딩의 키는 최원준과 이창진이 잡고 있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