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빅3'의 18라운드 성적표는 같았다.
누구도 웃지 못했다. 서울과 울산은 난타전 끝에 2대2로 비겼고, 전북은 숫적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포항과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나란히 승점 1을 추가한 세 팀은 지난 라운드와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전북(34골), 서울(30골·이상 승점 38), 울산(승점 37) 순이었다. 울산은 한경기를 덜치렀다.
18라운드는 역대급 우승경쟁의 서막이었다. 전북과 울산은 나란히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전북은 승부차기 끝에, 울산은 대역전패로 무릎을 꿇었다. 그 어느때보다 ACL 우승에 공을 들였기에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제 이들이 노릴 수 있는 트로피는 리그우승 뿐이다. 공교롭게도 '빅3' 모두 FA컵마저 조기 탈락, 리그에 올인할 수 밖에 없다. 전북과 울산이 후유증을 딛고 치르는 18라운드에 이목이 집중됐고, 일단 결과는 '현상유지'였다.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우승전쟁은 말그대로 역대급이다. 지난 몇년간 K리그는 전북 천하였다.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스타급 선수들을 쓸어모은 전북은 '절대 1강'으로 평가받았다. 전북은 국가대표급 스쿼드를 꾸리며 타 팀을 압도했다. 초반부터 리그를 주도하며 일찌감치 치고 나갔다. 지난 시즌에는 사상 최초로 스플릿 분리 전 우승을 확정짓기도 했다. 전북의 일방적 독주로 리그 재미가 반감됐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올 시즌은 다르다. 대항마들이 등장하며 치열한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겨우내 착실한 보강에 성공한 울산, 서울이 전북과 함께 빅3를 구축했다. 대구와 강원도 다크호스로 평가받고 있지만, 전력상 아무래도 이 세팀이 마지막까지 우승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세 팀 모두 두드러진 강점 만큼이나 약점을 갖고 있어, 변수가 많다.
전북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예년에 비해 강력함이 사라졌다. 최강희 감독에서 조제 모라이스 감독 체제로 변신한 전북은 예상보다는 큰 변화의 후유증을 겪지 않았지만, 세부적인 아쉬움이 있다. 특히 아드리아노, 티아고 등 외인들의 부상, 부진 등이 겁치며 결정력이 확실히 떨어졌다. 전북이 좋지 않은 경기력에도 꾸준히 승점을 쌓을 수 있던 이유는 K리그 최고 수준의 개인기를 앞세운 마무리 능력이었는데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부상자까지 속출하며 로페즈, 김신욱 등의 체력 고갈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북의 여름이적시장에 눈길이 가지만, 모기업 사정으로 대대적인 투자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을 대거 보강한 울산은 고비를 넘는 힘이 강해졌다. 공수에 걸쳐 탄탄한 스쿼드를 자랑하는 울산은 개인 기량면에서는 전북에 밀리지 않는다. 김인성 황일수 등 공격진의 스피드는 전북 보다 낫다. 하지만 소극적인 전술이 아쉽다. 울산은 결정적 순간마다 수비적인 경기 운용으로 스스로 무너지곤 했다. 서울은 지난 시즌 부진을 딛고 놀라운 약진을 보이고 있다. 페시치, 알리바예프 등 특급 외인의 가세에, 최용수 감독의 용병술이 더해져 좀처럼 지지 않는 축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서울은 아직 우승권 전력은 아니다. 특히 백업들의 힘이 부족해 부상자가 속출할 경우,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예측할 수 없어 더욱 즐거운 올 시즌, 역대급 우승경쟁은 이제부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K리그1 중간순위(2일 현재)
순위=팀=경기수=승점=승=무=패=득=실=차
1=전북=18=38=11=5=2=34=14=+20
2=서울=18=38=11=5=2=30=16=+14
3=울산=17=37=11=4=2=29=13=+16
4=대구=18=29=7=8=3=24=13=+11
5=강원=18=27=8=3=7=25=25=0
6=상주=17=24=7=3=7=19=21=-2
7=포항=18=21=6=3=9=18=27=-9
8=성남=18=21=5=6=7=16=20=-4
9=수원=18=20=4=8=6=22=24=-2
10=경남=18=13=2=7=9=20=34=-14
11=제주=18=11=2=5=11=19=33=-14
12=인천=18=11=2=5=11=10=26=-16
※순위는 승점-다득점-골득실차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