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18라운드, 최용수 감독의 FC서울과 김도훈 감독의 울산 현대가 격돌했다.
2위 서울(승점 37)과 3위 울산(승점 36)의 승점 1점 차 맞대결은 이번 라운드 최고의 빅매치였다. 경기 전 두 감독은 발톱을 감췄다. 때아닌 '겸손 배틀'을 펼쳤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우리는 시즌 전만 해도 다크호스였다. 우승후보가 아니었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주중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우라와 레드에 8강을 내주며 자존심을 구긴 울산으로서는 반전이 절실한 경기였다. '서울이 도전자'라고 했다는 말에 "우리가 도전자 아닌가, 서울이 우리보다 높은 순위에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의 발언을 취재진으로부터 전해들은 최용수 서울 감독은 "지나친 겸손은 자만 아니냐"고 응수했다. 질세라 최 감독의 겸손 발언도 이어졌다. 여름 이적시장 보강 계획을 묻는 질문에 최 감독은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한다"고 했다. "'미생'들을 데리고 이렇게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왔다. 뛰어난 3~4명보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우린 우승이 목표가 아닌 명예회복이 목표다. 지금처럼 계속 발전하고, 미래가 있는 팀이 목표"라고 했다. "울산은 팀 전체 선수가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선수다. 우리는 '잇몸'으로 버티겠다"고도 했다.
'다크호스, 도전자, 미생, 잇몸…' 한껏 자세를 낮춘 2위 서울과 3위 울산, 90분 후 '겸손 배틀'은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 울산 김보경의 극장골이 터졌다. 서울과 울산이 2대2로 비겼다.
▶전반: 김태환의 선제골, 알리바예프의 동점골-박동진의 역전골
'도전자'들의 전쟁은 뜨거웠다. 전반 8분만에 울산의 선제골이 나왔다. 이동경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고 튕겨나오기 무섭게 김태환이 거침없는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오스마르의 몸을 맞고 굴절된 볼이 골로 연결됐다. '서울 출신 치타' 김태환의 올시즌 마수걸이 골이었다. 전반 18분 이동경의 킬패스를 이어받은 1대1 찬스를 맞은 황일수의 왼발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전반 22분 김보경의 낮은 크로스를 이어받은 황일수의 슈팅이 빗맞았다. 전반 초반 울산의 공격은 ACL탈락 한풀이라도 하듯 날카로웠다.
후반 24분 역습, 박주영의 슈팅을 울산 키퍼 오승훈이 막아냈다. 후반 30분 이후 동점골을 향한 서울의 공세가 뜨거워졌다. 후반 38분 김원식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했고 이어진 정현철의 슈팅이 빗나갔다. 골의 전조였다. 2분 후 동점골이 터졌다. 전반 40분 윤종규의 패스를 이어받은 알리바예프의 왼발이 골망을 흔들었다.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알리바예프가 그라운드에 입을 맞췄다. 분위기를 탄 서울을 무시무시했다. 3분만에 역전골까지 터졌다. 전반 43분 박주영의 택배 크로스를 이어받은 박동진의 절실한 헤더가 골망에 꽂혔다. 서울이 2-1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 울산 오프사이드 2번 '불운', 그리고 김보경의 극장골
후반, 일진일퇴의 혈투가 이어졌다. 후반 8분 울산 황일수의 슈팅을 서울 유상훈 골키퍼가 잡아냈다. 후반 9분 믹스가 울산 벤치에 교체사인을 보내며 박용우가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후반 15분 오스마르의 크로스에 이은 알리바예프의 헤더가 아깝게 크로스바를 넘겼다. 후반 17분 황볼트 황일수가 폭풍질주 끝에 왼발 슈팅을 날렸으나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후반 17분 김도훈 울산 감독이 이동경을 빼고 '원샷원킬' 주니오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20분 김보경의 헤더에 이은 주니오의 슈팅, 후반 21분 주니오의 패스에 이은 주민규의 슈팅을 고리퍼 유상훈이 막아냈다. 후반 22분 박용우의 슈팅이 골대를 튕겨나온 직후 주니오가 밀어넣은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울산의 공격이 매서워지자 후반 24분, 최용수 감독 역시 K리그 득점왕 페시치를 투입하며 맞불을 놓았다. 후반 25분 황일수가 김태환의 크로스를 가슴으로 트래핑한 후 기어이 골망을 흔들었지만 이 또한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두 차례 오프사이드, 노골 불운에도 울산은 포기하지 않고 공세를 이어갔다. 후반 33분 서울 수비수 김원식의 페널티박스 내 핸들링 파울 여부를 VAR 판독한 정동식 주심은 원심을 유지했다. 후반 48분 주니오의 슈팅이 서울 골키퍼 유상훈에게 막혔다. 후반 40분 최용수 감독은 동점골을 넣은 알리바예프 대신 '20세 이하 월드컵 영웅' 조영욱을 투입했다. 후반 추가시간 페시치의 강한 슈팅을 울산 키퍼 오승훈이 발끝으로 밀어내며 선방했다.
후반 추가시간 패색이 짙었던 울산의 극장골이 나왔다. 김태환의 크로스를 불투이스가 떨궈주자 김보경이 보란듯이 머리로 밀어넣으며 극장골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마지막까지 뜨거웠던 승부, 서울과 울산이 2대2로 비겼다.
2018년 4월 14일 이후 울산과의 4경기에서 1무3패, 절대 열세였던 서울이 안방에서 5연승을 눈앞에 두고 비겼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울산은 7경기 무패, 서울은 9경기 무패를 달렸다. 상암=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