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사령탑으로 내정된 전창진 감독이 KBL에 복귀한다.
KBL(한국농구연맹)은 1일 서울 신사동 KBL 센터에서 재정위원회를 개최했다. 전창진 감독 등록 심의를 위한 자리였다.
결국 무기한 등록 자격 불허 조치가 철회됐다. 전 감독의 복귀가 정식 인정됐다는 의미다. 이날, 전 감독은 직접 재정위원회를 찾아 '본인 소명 시 감독으로 품위를 손상시킨 점에 대한 깊은 반성과 향후 KBL 구성원으로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으로 팬에게 보답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전창진 감독 사건 일지
전 감독은 2015년 8월 승부조작혐의를 받았다. KT에서 KGC로 사령탑 자리를 옮겼지만, 결국 물러났다. KBL은 품위손상 등의 이유로 무기한 등록 자격 불허 조치를 취했다.
당시 KBL의 이런 조치는 두 가지 시각이 있었다. '빠른 조치였다'는 평가와 함께, '감독으로서 승부조작혐의, 대포폰 사용 등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무기한 등록 자격 불허는 너무 심했다'는 여론도 있었다.
이후, 전 감독은 승부조작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단, 단순 도박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부과받았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였다.
결국 지난해 12월3일 KCC가 전 감독 임명하면서 KBL에 등록을 타진했다. KBL은 회의 끝에 '징계철회 요구 불허'라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결정 배경에는 ▶대법원 판결 진행 중 ▶여전히 리그 구성원으로 부적격이라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KCC의 일 처리 방식은 '프로'답지 못했다. 당시 추승균 감독이 경질되면서,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 대행이 있었던 상황이었다. 시즌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징계가 풀리지 않은 전 감독 임명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재정위원회에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여론은 비난 일색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대법원 상고로 100만원 벌금형까지 떨쳐낼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던 상황. 이 논란을 정리한 뒤 전 감독을 임명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KCC는 KBL과 농구 팬의 여론을 무시한 채 강행했고, 재정위원회에서 결국 거부됐다. 결국, KCC는 전 감독을 KBL 등록이 필요없는 기술 고문으로 임명했다.
냉정하게 보면, 결국 쟁점은 전 감독이 벌금 100만원의 형을 떨쳐 내느냐의 여부였다.
지난달 21일 대법원에서 무죄 결정이 났다. KCC는 올 시즌 전 감독을 사령탑으로 등록한다고 KBL에 알렸다. KBL은 재정위원회를 열었다. 지난 회의에서 등록불허의 가장 큰 문제였던 '벌금 100만원'이 '무죄'로 선고됐기 때문에 KBL 입장에서 등록을 막을 명분이 없었다.
▶향후 행보와 복귀 배경
전 감독은 2014~2015 KT 사령탑 이후 약 5년 만의 복귀다. KCC는 첫 사령탑이다.
1999년 TG 삼보(현 DB)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2년 감독대행에 올랐고, 이듬해 정식 감독으로 2009년까지 동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09년에는 KT로 자리를 옮겨,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다.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평가를 한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채찍과 당근'을 자유자재로 쓴다는 평가를 한다.
통산 5차례의 감독상을 받았다. 단, 5년 간의 공백은 좀 지켜봐야 한다. 프로농구에서 전술과 전략이 많이 바뀌었다. 이 '공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메우느냐가 관건이다.
KCC는 올 시즌 팀 컬러를 완전히 바꿨다. FA로 풀린 김종규를 영입하려 했지만, 선회했다. 시장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하승진은 은퇴, 전태풍은 SK로 이적했다. 이정현과 송교창이 팀의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됐다.
객관적 전력은 여전히 견고한 편이지만, 사령탑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적표는 달라질 수 있다.
전 감독은 감독 복귀가 확정된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상당히 기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하다"며 울음을 터뜨렸고 "지난해 감독 등록이 불허됐을 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많이 안타까웠다. 선수들과 훈련하는 지금 이 시간이 즐겁고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저의 복귀를) 안 좋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알고 있다. 납득하실 수 있도록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