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10년 전쯤 외도로 집을 나가고 아예 다른 여자와 동거 중인 데다 아내는 이혼을 위해 남편과 얼굴도 마주하기 싫다. 이런 상황에서 아내는 이정도면 자동이혼 요건으로 충분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현행 가족법은 이혼 절차로 '협의상 이혼'과 '재판상 이혼' 제도를 두고 있으며 두 경우 모두 법원을 거쳐야 한다. 이혼은 가족법상 중요한 법률 행위이기 때문으로 법에 '자동이혼'은 아예 없는 개념이다.
배우자가 외도를 저질러 이혼 사유가 충분하거나 별거 기간이 길면 이혼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널리 퍼졌지만 혼인관계증명서나 가족관계증명서 등 공적 기록이 자동으로 정리되진 않는다.
법에서 말하는 혼인은 '가족법상의 계약'으로 혼인신고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친다. 물론 혼인의 실체가 있지만 혼인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혼 관계도 있지만 혼인신고가 이루어진 혼인, 즉 법률혼과는 달리 법률상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
혼인을 계약이라고 본다면 이혼은 혼인 계약의 해지인 셈이다. 일반 계약과 달리 이혼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법적 효력을 갖지 않는다. 재판상 이혼은 물론 협의상 이혼도 법원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법적 요소를 지나쳐서 이혼 과정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배우자가 외도로 가정을 파탄 냈다는 배신감에 빠져있다가 위자료나 재산분할 청구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배우자가 경제적 지원을 끊고 가출했다면 재산을 숨길 시간을 충분히 갖게 되어 나중에 이혼을 진행하더라도 재산분할에서 불리해진다.
배우자가 외도 등으로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악의의 유기'로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하고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주소를 모른다면 법원의 게시판에 소장을 붙여놓고 송달이 된 것으로 보는 공시송달방식으로 재판상 이혼을 진행하면 된다.
부산 지역 이혼전문 신상효 변호사(신상효법률사무소)는 "법은 안정성을 가장 중시해서 권리를 찾지 않는 이들을 보호하지 않는다"면서 "자동이혼을 생각하다가 실제 이혼 과정에서 '법에는 눈물이 없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끼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위자료와 재산분할, 자녀가 있다면 양육권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법적 권리를 찾아주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