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가까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
펄어비스는 지난 5월 30일부터 온라인 MMORPG '검은사막'의 국내 서비스를 카카오게임즈로부터 이관받아 자체적으로 퍼블리싱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4년 12월 다음게임(카카오게임즈의 전신)이 서비스를 시작한 '검은사막'은 기대와 달리 국내에선 별다른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한데 반해, 북미와 유럽, 그리고 동남아시아 등 전세계에서 고르게 인기를 모으며 국산 온라인 MMORPG의 글로벌화를 이뤄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시 국내에서 '역주행' 인기를 모은 보기 드문 게임이기도 하다. '검은사막' IP를 바탕으로 모바일게임 '검은사막 모바일'이 만들어지고, X박스 원 버전에 이어 지난 12일 PS4(플레이스테이션4) 버전 출시를 알리는 등 플랫폼 확장도 계속 진행중이다.
2012년 다음게임 시절 '검은사막'을 소싱해 퍼블리싱을 하고, 지난 2016년 펄어비스에 합류해 '검은사막'의 글로벌 서비스와 더불어 무리없는 국내 서비스 이관까지 이끈 김서윤 글로벌서비스 실장의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이달 초 펄어비스 본사에서 만난 김 실장은 "지난 2012년 지스타에서 펄어비스 김대일 의장이 '검은사막'을 직접 시연해 보여줬을 때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팀원들과 함께 김 의장을 설득해 나흘만에 계약까지 마칠 수 있었던 이유다. 신생 개발사인 펄어비스로서도 다시 게임 퍼블리싱을 시작하는 다음게임을 선택하는 것은 다소 모험이었겠지만, 틀에 갖히지 않는 새로운 시도와 동지로서의 파트너십에 대한 생각이 일치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출시 이후 유저들은 눈에 띄게 떨어져 나갔다. 점검이 많았고 업데이트도 늦은데다, 유저들이 꼽는 '3대 버그'까지 나타나면서 회생이 쉽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개인 건강상 이유로 6개월을 휴직한 후 돌아오니 다음게임은 카카오게임즈로 바뀌었고, 국내 퍼블리싱 인원도 대부분 교체된 상황이었다. 고민을 하던 차에 글로벌 서비스를 직접 준비하고 있던 펄어비스에서 이직을 제의했고, 사업전략팀 팀장으로 새롭게 합류하게 됐다. 김 실장은 "멘탈이 붕괴되는 정말 힘든 상황이었다. 업데이트를 포기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유저의 목소리를 들으려 했다. 잘 됐던 게임들의 방향성도 모두 살펴봤다"며 "끝까지 버티면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국내에서 계속 서비스를 이어가면서 글로벌로 나갔는데, 기대를 뛰어넘는 성공을 거뒀다.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만에 처음으로 직접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이어 러시아,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로 영역을 넓히면서 자신감과 노하우를 쌓게 됐다. 김 실장은 "한국형 MMORPG는 글로벌에서 잘 먹히지 않을 것이란 편견을 깨고 싶었다. 또 패러다임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가운데, 자칫 트렌드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의기소침 하기도 했지만 김 의장을 비롯해 개발자 모두가 뚝심을 가지고 온라인게임 강국의 자존심을 지켜내려 했기에 '검은사막'이 다른 플랫폼에서도 진가를 인정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국내 직접 서비스를 결정하는 것은 또 다른 고민이었다. 김 실장은 "새로움도 보여드려야 하고, 익숙한 것을 떠나야 하는데 대한 거부감도 최소화시켜야 했다. 무엇보다 국내 유저분들의 눈높이와 기대감은 상당히 높기 때문에 부담감이 엄청났다"며 "새로운 게임을 런칭 하는 심정으로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사가 직접 나서는 진짜 이유를 유저들에게 보여주는 일이었다. 김 실장은 "낯설음을 익숙함으로 바꾸는 작업, 반대로 익숙함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작업, 여기에 서비스 안정성까지 3가지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웹 로그인 방식을 런처 로그인으로 바꾸고, 서버까지 교환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PC방 혜택과 GM 이벤트, 해외 이용자의 이관까지 세세한 것을 챙겼다. 김 실장은 "이를 위해 지난 5년간의 유저들의 개선 요구사항을 모두 리뷰하면서 무엇이 불편하고 바뀌어야 하는지를 알고 이를 적극 반영했다. 물론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덕분인지 신규와 복귀 유저가 각각 10배와 15배 증가했고, 일일 이용자수도 2배 올랐다. 글로벌 오픈마켓 스팀에서의 순위는 최고 7위까지 찍기도 했다. 김 실장은 "카카오게임즈가 '검은사막'의 파트너로서 여기까지 성장시켜준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수십년 계속 서비스를 하는 게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개발사가 직접 퍼블리싱을 하며 유저들의 소리를 더 가까이서 들을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 실수를 하면 따끔하게 질책해 주시기 부탁드린다"고 말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