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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해져 돌아온 스물둘 백승호, 데뷔전에서 눈물 뚝뚝 흘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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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기쁠 것 같은 축구대표팀 데뷔전. '꿈의 경기'를 치른 백승호(22·지로나)는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인터뷰를 멈춰야 할 정도로 감정을 쉬이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전을 마치고 만난 백승호는 "경기 전 선발라인업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어머니께 알렸다. 전화를 받으신 어머니께서 우시더라. 너무 잘 됐다면서…. 너무 죄송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스페인에서 오로지 아들 뒷바라지에만 전념하시는 어머니, 국내에서 홀로 지내는 부친 백일영 연세대 교수를 떠올리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으리라. 눈물을 닦은 뒤 다시 취재진 앞에 선 백승호는 "힘든 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백승호는 될 듯 될 듯 하면서도 커리어가 잘 풀리지 않은 '케이스'다.

초등학교 시절 '축구천재'로 불리며 FC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뽑힌 백승호는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장결희(포항 스틸러스)와 '트리오'로 묶였다. 바르셀로나 내에서의 입지가 셋 중에서 가장 굳건했다. 또래 중 최고의 테크니션이란 평가와 함께 월반을 거듭했다. 키도 쑥쑥 컸다. 리오넬 메시가 뛰고 있는 1군과 함께 훈련한 것도 수차례다.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유소년 해외 이적 제한 위반건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징계를 받으면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2015년 정식계약을 했지만, 이 징계로 공식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다. 한창 성장할 시기에 실전 감각을 쌓지 못했던 것이다. 2016년 1월 징계가 풀렸을 때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있었다. 유스팀 결정권자도 바뀌었다. 결국, 2017년 7월 지로나로 이적한 백승호는 지난 1월에야 스페인 1군 데뷔전을 치렀다.

백승호는 2017년 FIFA U-20월드컵을 준비 중인 한국의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주축 미드필더였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이승우 등과 함께 핵심적인 역할을 할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현역시절 테크니션이었던 신태용 당시 감독도 백승호를 높이 평가했다. 그런데 사실 백승호는 발이 퉁퉁 부을 정도로 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 상태로 꾸역꾸역 16강까지 4경기에 출전했다. 팀이 포르투갈에 패해 16강에서 탈락하면서 더욱더 아쉬운 대회로 남았다.

선후배, 또래들이 금메달을 통해 병역 혜택을 받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전지훈련지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했다. 이로 인해 최종명단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어리다면 어린 22세의 나이에 산전수전을 겪은 셈. 백일영 교수는 "그런데도 힘든 내색 한 번 안 하는 아들이 대견스럽다"고 사석에서 말한 적이 있다.

지난 3월 국가대표팀에 첫 발탁돼 3경기의 기다림 끝에 데뷔전을 치른 백승호는 몰라보게 단단해져 있었다. 경기 전 모친과 통화에서 '잘하겠다'고 다짐했던 백승호는 후반 33분 주세종과 교체돼 나갈 때까지 패스 연계, 볼 키핑, 과감한 개인기 등 흠잡을 데 없는 활약을 펼쳤다. 파울로 벤투 대표팀 감독이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펼쳤다"고 엄지를 들었을 정도. 2019년 AFC 아시안컵을 끝으로 은퇴한 기성용(뉴캐슬)이 떠오른다는 극찬까지 나왔지만, 백승호는 "(기)성용이형처럼 플레이 하는 건 어렵다"고 겸손해하면서도 "데뷔전을 치르면서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축구천재'의 커리어가 이제야 꽃을 피우려 한다. 상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