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마추어 남자 3쿠션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막내' 조명우(21·실크로드시앤티)가 시즌 초부터 무서운 상승세로 대회마다 호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 올해 대한당구연맹(KBF) 주최 대회에서 벌써 세 번째 우승(복식 1회 포함)을 따내며 랭킹 역주행을 시작했다.
조명우는 지난 9일 서울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막을 내린 '2019 KBF 슈퍼컵 3쿠션 토너먼트' 남자부 결승에서 국내랭킹 2위 김행직(전남)을 상대해 18이닝 만에 40대21로 승리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조명우는 지난 4월 14일에 끝난 2019 인제오미자배 남자부 우승에 이어 KBF 메인 이벤트 대회에서 벌써 2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동시에 김행직을 3위로 끌어내리고 랭킹 2위가 됐다.
뿐만 아니다. 조명우는 지난 2일 끝난 제7회 국토정중앙배에서도 3쿠션 복식 부문에 국내랭킹 1위 조재호(서울시청)와 한 조를 이뤄 출전해 우승을 거둔 바 있다. 복식 부문은 랭킹 포인트가 부여되지 않는 일종의 번외 종목이긴 하지만, 이 결과까지 합치면 조명우는 올 시즌 국내에서 열린 KBF 주요대회 때마다 모두 1위에 오른 셈이다.
그간 조명우는 조재호나 김행직 허정한 최성원 그리고 프로당구 PBA로 이적한 강동궁 등 3쿠션 스타플레이어에 비하면 이름이 덜 알려져 있었다. 1998년생으로 나이가 가장 어리기 때문에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력 면에서는 이미 선배 플레이어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올 시즌 KBF 메인이벤트 첫 대회인 4월 인제오미자배 우승(랭킹 포인트 90점)으로 단숨에 4위로 뛰어올라 '톱 5' 관문을 돌파한 조명우는 기세를 이어나가 5월에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UMB(세계캐롬연맹) 3쿠션 월드컵에서도 국내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8강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6월에도 상승세가 계속 이어졌다. 지난 2일 끝난 국토정중앙배에서는 개인전 32강에서 탈락했지만, 복식 우승으로 분위기를 살렸고, KBF 슈퍼컵 개인전에서 김행직을 꺾고 다시 우승과 함께 상금 5000만원을 따냈다.
이날 조명우는 하이런(연속득점) 12개와 에버리지 2.222(이닝당 2.22 포인트 득점)을 기록하며 역전승을 거뒀다. 40포인트를 먼저 따는 경기에서 12이닝까지는 김행직이 19-17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13이닝에서 조명우가 무려 12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하이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단숨에 스코어가 29-19, 10점 차로 뒤집어졌다. 이후 조명우는 기세를 이어나간 끝에 18이닝 때 40점을 먼저 기록하며 경기를 끝냈다.
이날 우승으로 상위 랭킹에 변화가 생겼다. 이 대회 전까지 국내랭킹 톱 3는 조재호(랭킹포인트 481점)와 김행직(337점)-조명우(324점) 순이었다. 그런데 조명우가 슈퍼컵 우승으로 무려 120점의 랭킹포인트를 추가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김행직은 82점 그리고 조재호는 허정한(경남, 6위)과 공동 3위를 기록해 55점의 랭킹 포인트를 추가했다.
그 결과 조명우가 랭킹포인트 444점을 기록하며 419점에 그친 김행직을 따돌리고 2위 자리에 올라섰다. 조재호는 536점으로 계속 랭킹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아직은 1, 2위간의 포인트 차이가 92점으로 꽤 벌어져 있다. 하지만 조명우가 올 시즌 남은 메인 이벤트 대회에서 현재와 같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랭킹 1위 역전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과연 막내의 반란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