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 규제 도입 후 상대적으로 빚이 많은 채무자의 대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DSR이 제2금융권에 확대 도입되는 17일부터는 이들의 대출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평균 DSR은 규제 시범운영 기간인 지난해 6월 52.4%에서 규제가 시행된 올 1분기에 41.2%로 11.2%포인트나 낮아졌다. 특히 DSR이 70%를 초과하는 고(高) DSR 대출의 비중은 규제 도입 전 19.6%에서 도입 후 7.8%로 급감했다. 특히 DSR 90% 초과 대출의 비중은 같은 기간 15.7%에서 5.3%로 대폭 낮아졌다.
금융당국은 소득에 비해 빚이 많은 이들에게 대출을 가급적 내주지 말라는 취지로 지난해 10월 31일부터 시중은행에 신규 대출에 대해 DSR 70% 초과 대출의 비중은 15%·90% 초과 대출은 10% 이내로 관리하고, 평균 DSR을 2021년 말까지 40%로 낮추라고 주문했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DSR가 70% 초과하는 고 DSR 대출은 영업점이 아닌 본부에서 심사해 신중하게 대출을 내주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70% 초과 대출은 원칙적으로 거절하고 예외적으로 승인해주고 있다. 우리은행은 90% 초과 대출에 대해서 자동 거절하되 특수한 경우에만 본부에서 특별심사한다. 특수은행으로 분류되는 NH농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에 대해 DSR이 100% 초과하면 차주의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대출을 거절한다.
이처럼 주요 은행의 대출 심사가 강화되자, 이들 은행의 고 DSR 비중은 크게 낮아졌다. 3월 말 현재 국민은행의 70% 초과 대출 비중은 5.6%, 90% 초과는 4.2%에 그쳤다. 신한은행은 70% 초과 대출 비중이 7.7%, 90% 초과는 4.8%다.
결국 DSR이 높은 경우,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지만 오는 17일부터 제2금융권에도 DSR 규제가 정식 도입되면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시범운영 기간이었던 올 1분기 제2금융권 평균 DSR은 상호금융 261.7%, 저축은행 111.5%, 보험 73.1%, 카드사 66.2%, 캐피탈사는 105.7% 등으로 은행에 비해 훨씬 높다. 당국은 제2금융권 형편에 맞게 DSR 관리기준을 은행보다 높게 설정했지만 금융회사가 DSR을 따져 대출을 내줘야 하는 상황인 만큼 다중 채무자들은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소득증빙의 문제도 대두된다. 제2금융권의 평균 DSR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금융회사들이 차주의 소득을 따지지 않고 주식이나 채권 등 담보만 확실하면 돈을 빌려준 탓도 크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이같이 차주의 소득을 증빙하지 않은 대출은 DSR을 300%로 계산하도록 하면서 이러한 관행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결국 농민이나 어민 등 자신의 소득을 증빙하기 어려운 고객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 셈이라는 지적도 있다. 소득증빙서류를 내지 못하면 사실상 대출을 거절당하고 소득 증빙을 하더라도 실제 번 소득만큼 인정받지 못하면 고 DSR로 분류돼 역시 원하는 만큼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