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봉준호 감독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당시를 떠올렸다.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전 세계 영화인들의 극찬을 받으며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바른손이엔티 제작).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플란다스의 개'(200),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등 선보이는 작품마다 평단의 극찬은 물론 흥행까지 성공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득으로 우뚝 선 봉준호 감독. 기존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은 허를 찌르는 상상력에 유머와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복함적인 재미를 선사하며 사회 시스템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온 그가 새 영화 '기생충'으로 다시 한 번 관객을 놀라게 할 준비를 마쳤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작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듯 보이지만 사회 전체에 만연하고 있는 계급간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비범한 작품. 봉준호 감독의 탁월하고 섬세한 연출력에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등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이 더해져 올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기대된다.
봉준호 감독은 칸 황금종려상 수상 당시를 떠올리며 "발표를 하니까 멍해졌다. 그런데도 자동으로 상황이 막 진행이 되더라"고 전했다. 이어 쿠엔틴 타란티노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한 걸로 알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흔히들 12시 점심시간 쯤 칸 측에서 폐막식에 참석하라고 연락이 온다. 그 팀의 리스트가 종종 유출이 된다고 하더라. 이번에도 유출이 됐다. 그 리스트에 타란티노 팀이 없었다. 저와 타란티노가 미국의 에이전시가 같은데, 타란티노는 공항으로 간다고 말씀을 해주더라. 좋아하는 형인데, 쿠엔틴 형님은 가시는구나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근데 폐막식에 그 형님이 와이프와 함께 입장을 하시더라. 그래서 '어떻게 된거지?' 싶었다. 그래서 시상을 하러 오신건가 싶었다. 후보군인데 시상을 하러 오실리는 없고 해서 의아하긴 했다. 시상식에서 작은 상에서부터 큰 상을 향해 발표를 하고 참석한 팀은 허들을 넘는 기분으로 기다렸다. 만약에 타란티노 부부가 오지 않았더라면 서스펜스가 없었을 거다. 그 형님이 없었다면 심사위원 대상을 발표한 후에는 저희만 남는 거니까. 그런데 그 형님이 오셔서 마지막까지 누가 받냐에 대한 최후의 서스펜스가 만들어진 것 같다"며 "그런데 알고 보니까 커뮤니케이션의 실수로 참석했다고 하더라. 그 형님이 늦장가를 들어서 나이 어린 와이프랑 같이 참석했는데, 기다를 하셨을 텐데 실망하셨을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칸 상영 이후 외국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은 '기생충'에 대해 언급하자 "영화가 첫 상영 이후에는 항상 스태프들에게 중간에 몇 분 정도 나가시냐 물어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중간에 몇 분이 나가는가. 그런게 감독의 근원적인 공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플란다스의 개'가 산세바스찬 영화제에 초청이 됐었다. 그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데 스크린 옆에 문이 있어서 오고 가는 게 다 보이는데, 첫 번째 개가 죽이는 상황이 나오고 나서 47명이 퇴장하더라. 이후 '살인의 추억'이 같은 영화제에서 상영을 했고 제가 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는데 그때는 한명이 나갔다 돌아오셨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기생충'은 오는 30일 개봉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