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로 전격 은퇴를 선언한 삼성 라이온즈 박한이(40)는 자신의 궁극적인 꿈은 '영구결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구결번은 프로야구 선수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프랜차이즈 스타(원클럽맨)로서 확실한 실력과 매너, 타의 모범이 되는 선수생활을 해야 도달할 수 있는 정점이다. 긴 세월 동안 팬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야 가능하다.
KBO리그에선 14명이 선수들만이 영구결번 영예를 누렸다. 삼성에서는 이만수, 양준혁, 이승엽 등 3인이 영구결번 레전드다. 박한이는 이번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영구결번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삼성 구단과 삼성 팬들은 음주운전을 일으킨 장본인이 박한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지난 19년 동안 '삼성의 자존심'으로 통했던 박한이다.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음주운전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졌던 선수다.
박한이는 지난 27일 오전 음주 숙취 상태에서 자녀 등교를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가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음주측정결과 면허정지 수준이 나왔다. 박한이는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은퇴를 택했다.
박한이는 이번 사건만 아니었으면 영구결번이 거의 확실시 되는 선수였다. 실력 뿐만 아니라 삼성에 대한 애정도 대단했다. 2001년부터 올해까지 삼성 유니폼만 입었다. FA 이적은 애초부터 생각하지 않았던 선수다. 삼성 팬들은 이같은 박한이에 대해 '삼성 바보'라는 애정어린 별명을 선사하기도 했다. 헌신적인 팀플레이가 트레이드 마크였다. 프로 19시즌 동안 통산타율 2할9푼4리에 146홈런 906타점, 149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2001년부터 2016년까지 16년 연속 100안타 이상을 때려내기도 했다.
늘 큰 경기에 강했다.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2002년) 이후 2014년까지 7개의 우승 반지를 모두 챙겼다. 포스트 시즌 최다득점(52개), 한국시리즈 최다안타(57개), 한국시리즈 최다타점(28점) 등의 귀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선수 생활 막바지에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일념으로 대타 등으로 입지가 좁아졌지만 버티고 버텼다. 야구인생 최종 목표인 영구결번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삼성 구단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박한이도 예외일 수 없다. KBO 상벌위 징계와는 별도로 박한이에게는 '음주운전'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 밖에 없다. 향후 세월이 흐른 뒤 영구결번 논의가 재점화된다해도 이번 사건은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