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항상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뛴다."
'굴러온 복덩이' 김주공(23·광주FC)의 간절함이 담긴 한 마디다.
1996년생. 스물 셋 청년은 겉보기와 달리 사연이 많은 선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김주공은 전주대학교에서 10번을 달고 뛸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프로의 문턱은 무척이나 높았다. 대학교 4학년 '졸업반'이 될 때까지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그의 플레이를 눈여겨 본 구단은 있었지만, 입단으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축구 인생의 갈림길에 섰던 김주공. 지난 1월 열린 광주의 테스트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그는 "갈 곳이 없었다. 광주의 테스트 기회가 있었지만, 기대를 아예 안하고 봤다.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했다. 감독님과 단장님께서 잘 봐주신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지난 1월, 우여곡절 끝에 프로행 '막차'를 탔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더욱 치열한 '생존게임'이었다. 특히 펠리페(26·브라질) 등 쟁쟁한 외국인 공격수와 실력을 겨뤄야 했다.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묵묵히 실력을 가다듬었다. 김주공은 "펠리페는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주는데, 나는 공간으로 빠져 나가는 공격수다. 그 부분을 더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기회는 찾아왔다. 펠리페가 퇴장, 부상으로 이탈하며 공백이 생긴 것이다. 박진섭 감독은 김주공을 선발 카드로 내세웠다. 김주공은 "감독님께서 '펠리페만큼은 아니더라도 잘 버티면 된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전남전에 처음으로 선발로 뛰었다. 기회를 주신 만큼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겁 없는 신인' 김주공은 펠리페가 없는 빈자리를 잘 채우며 팀의 무패행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지만,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김주공이 신인이지만, 공수에서 제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감독님께서 믿고 선발 기회를 주고 계신다"고 귀띔했다.
김주공은 "위에서부터 수비를 하면 형들이 편하다"며 "곧 펠리페가 돌아온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항상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뛴다. 기회가 주어지면 신인으로서 패기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이고 싶다. 기회가 왔을 때 잘 살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