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두 번이나 '최하위'로 떨어졌다.
시즌 초반부터 꼬이기 시작한 흐름이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드리운 그늘. 지난해 후반기 치열한 5강 싸움을 펼쳤던 롯데였던 만큼 올 시즌 가을야구를 향한 희망이 컸다. '최하위'라는 달갑잖은 꼬리표는 팬들 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
올해로 14년차에 접어든 조지훈 롯데 응원단장에게도 '최하위' 꼬리표가 어색하다. KBO리그 최고로 꼽히는 부산의 야구 열기, '사직노래방'의 총대장으로 불리우는 그의 입장에선 거듭되는 팀의 부진 속에 실망하는 팬들의 기운을 북돋우고 이끄는 일이 고될 수밖에 없다. 극도의 부진 속에서도 팀을 응원해야 하는 그의 모습은 '극한직업'이라는 단어까지 떠올리게 할 만하다.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조 단장의 표정엔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롯데 응원단장 14년 만에 최하위 상황이 이어진 건 처음"이라면서도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선수들이 저력을 발휘했던 순간도 많았다. 분명히 반등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처음 응원단상에 올랐을 때 신예-백업이었던 선수들이 이제는 베테랑이자 핵심 멤버가 됐다.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조 단장에겐 최근의 부진이 그만큼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24일 구원 등판해 팀 역전으로 승리 투수가 된 손승락은 조 단장과의 히어로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렸고, 조 단장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조 단장은 "야구장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하다보니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도 좀 알게 되더라. 이대호 선수 같은 경우 특히 지난 겨울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시즌 초반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을 때는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손승락과) 오늘도 잠깐 만나 이야기를 했는데, 스스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더라. 생각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다보니 마음고생이 심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베테랑 선수들이 팀을 위해 어떤 자리든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뭉클하고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것 같다"며 "선수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줄 때 나도 더 열심히 응원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시즌 절반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 일각에선 선두권과 격차가 크게 벌어진 롯데의 남은 행보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그러나 조 단장은 여전히 '희망'을 노래했다.
"야구가 볼때마다 어렵더라.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때도 있더라. 하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다보면 좋은 결과는 따라오는게 세상의 이치 아닌가. 아직 롯데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