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프랑스)=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나는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 먹은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25일 오후 7시 15분(이하 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렸다. 폐막식에서는 심사위원들의 심사로 결정된 최고의 영예, 황금종려상(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상, 감독상, 남·여주연상, 각본상 등을 발표했고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기생충'(바른손이앤에이 제작)의 봉준호 감독이 한국영화 최초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낭보를 전했다.
앞서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는 개막작으로 선정된 '더 데드 돈트 다이'(짐 자무쉬 감독)부터 '레 미제라블'(래드 리 감독) '바쿠라우'(클레버 멘도나 필로·줄리아노 도르넬레스 감독) '아틀란티크'(마티 디옵 감독) '쏘리 위 미스드 유'(켄 로치 감독) '리틀 조'(예시카 하우스너 감독) '페인 앤 글로리'(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더 와일드 구스 레이크'(디아오 이난 감독) '더 휘슬러'(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감독)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셀린 시아마 감독) '어 히든 라이프'(테렌스 맬릭 감독) '영 아메드'(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감독) '프랭키'(아이라 잭스 감독)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기생충' '마티아스&맥심'(자비에 돌란 감독) '오 머시!'(아르나드 데스플레친 감독) '더 트레이터'(마르코 벨로치오 감독 '메크툽, 마이 러브: 인터메조'(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 '잇 머스트 비 해븐'(엘리아 술레이만 감독) '시빌'(쥐스틴 트리에 감독) 등 21편의 작품이 최고의 영예를 두고 경쟁을 펼쳤다.
지난 21일 오후 10시 칸영화제 공식 상영회를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된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박사장(이선균)네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시작되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희비극이다.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이 가세했고 봉준호 감독의 '마더'(09) 이후 10년 만의 한국 컴백, '옥자'(17) 이후 2년 만에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이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가 녹아있으며 한국 사회 현실의 문제를 꿰뚫는 날카로운 메시지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기생충'은 올해 칸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 한국영화사의 새 역사를 썼다.
한국영화 최초 칸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 폐막식 무대에 송강호와 함께 올라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내게 영화적인 큰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 작업을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어 가능했다. 먼저 홍경표 촬영감독 등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한다. 많은 예술가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지원해준 제작사 바른손과 CJ 식구들에게 감사하다. 무엇보다 '기생충'은 위대한 배우들과 없었다면 찍을 수 없었던 영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은 "지금 가족이 뤼미에르 극장 2층에 와있다. 가족에게 감사하다"며 "나는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 먹은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 몰랐다. 감사하다"고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지금까지 한국영화는 1984년 열린 제37회 칸영화제에서 이두용 감독의 영화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면서 칸영화제와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는 '소풍'(99, 송일곤 감독)이 단편 경쟁 부문 심사위원대상, '취화선'(02, 임권택 감독)이 경쟁 부문 감독상, '올드보이'(04, 박찬욱 감독)가 경쟁 부문 심사위원대상, '주먹이 운다'(05, 류승완 감독)가 감독 주간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망종'(05, 장률 감독)이 비평가 주간 프랑스독립영화배급협회상, '밀양'(07, 이창동 감독)이 경쟁 부문 여우주연상(전도연), '만남'(07, 홍성훈 감독)이 시네파운데이션 3등, '스탑'(08, 박재욱 감독)이 시네파운데이션 3등, '박쥐'(09, 박찬욱 감독)가 경쟁 부문 심사위원상, '남매의 집'(09, 조성희 감독)이 시네파운데이션 3등, '시'(10, 이창동 감독)가 경쟁 부문 각본상, '하하하'(10, 홍상수 감독)가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 '아리랑'(11, 김기덕 감독)이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 '야간비행'(11, 손태겸 감독)이 시네파운데이션 3등, '세이프'(13, 문병곤 감독)가 단편 경쟁 부문 황금종려상, '아가씨'(16, 박찬욱 감독)가 경쟁 부문 벌칸상(류성희 미술감독), '버닝'(18, 이창동 감독)이 경쟁 부문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벌칸상(신점희 미술감독) 수상 이력이 있다.
무엇보다 올해는 한국 영화 100주년으로, 봉준호 감독의 수상은 특별한 선물로 다가왔다. 1919년 10월 27일 개봉한 '의리적 구토'(김도산 감독)를 최초의 한국 영화로 보고 100주년이 된 2019년 5월, 봉준호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낭보를 전했다. 한국 영화사상 칸영화제에서 주요 부문 수상 이력은 2002년 제55회 칸영화제에서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2004년 제57회 칸영화제에서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대상을, 2007년 제60회 칸영화제에서 '밀양'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2009년 제62회 칸영화제에서 '박쥐'의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상을, 2010년 제63회 칸영화제에서 '시'의 이창동 감독이 각본상을 수상, 칸영화제 72회 역사상 총 5번에 그쳤다. 올해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이 추가, 한국영화가 칸영화제에 초청된지 35년 만에, 그리고 6번째·10년 만에 한국영화의 본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남겼고 여기에 한국영화 최초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기적과도 같은 역사를 쓰게 됐다.
올해 칸영화제는 14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칸에서 열렸다. 개막작으로 짐 자무쉬 감독의 '더 데드 돈트 다이'가, 마지막 상영작(올해부터 폐막작 대신 마지막 상영작으로 표기)은 올리비에르 나카체·에릭 토레다노 감독의 '더 스페셜스'가 선정됐다. 한국영화 진출작으로는 경쟁 부문에 '기생충', 미드나잇 스크리닝(비경쟁 부문)에 '악인전'(이원태 감독), 시네파운데이션(학생 경쟁) 부문에 '령희'(연제광 감독), 감독주간에 단편 애니메이션 '움직임의 사전'(정다희 감독) 등이 칸영화제를 통해 소개됐다.
<이하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수상>
▶ 황금종려상: '기생충'(봉준호 감독)
▶ 심사위원대상: '아틀란티스'(마티 디옵 감독)
▶ 감독상: '영 아메드'(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감독)
▶ 여우주연상: '리틀 조'(예스카 하우스너 감독) 에밀리 비샴
▶ 남우주연상: '페인 앤 글롤'(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안토니오 반데라스
▶ 심사위원상: '레 미제라블'(라지 리 감독), '바쿠라우'(클레버 멘돈사 필로·줄리아노 도르넬레스 감독)
▶ 각본상: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셀린 샴마 감독)
▶ 특별언급상: '잇 머스트 비 헤븐'(엘리아 술레이만 감독)
▶ 황금카메라상: '아워 마더스'(세자르 디아즈 감독)
칸(프랑스)=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