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류중일 감독은 평소 "마무리는 무조건 공이 빨라야 한다. 삼진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 시절 오승환이 150㎞를 웃도는 빠른 공을 뿌리며 불패 마무리로 군림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다. 오승환은 2005년부터 해외 진출 전인 2013년까지 9시즌 동안 510⅓이닝을 던져 625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9이닝 평균 11.02개의 삼진을 잡은 셈이다. 빠른 공과 탈삼진 능력, 두 가지가 오승한을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로 만들었다.
오승환과 비슷한 스타일의 마무리가 LG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입단 3년차인 고우석이 '뉴 클로저(new closer)'로서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고우석은 지난 25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6-5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 1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올렸다. 마무리로 역할을 바꾼 뒤 벌써 7세이브째다.
지난 21일 기존 마무리 정찬헌이 허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자 류 감독은 지체없이 고우석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빠른 공과 삼진을 잡아내는 능력을 높이 산 것이다. 고우석은 평균 150㎞가 넘는 강속구와 140㎞ 안팎의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던진다. 오승환이 삼성 시절 배합했던 그 구종들이다.
이날 롯데전에서 고우석은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선두 이대호를 슬라이더로 볼카운트 1B2S까지 몰고간 뒤 5구째 154㎞ 직구를 바깥쪽 스트라이크로 꽂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이 압권. 손아섭에게 우전안타를 내준 뒤에는 신본기를 151㎞ 직구, 채태인을 고의4구로 내보낸 뒤에는 김준태를 152㎞ 직구로 각각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냈다.
고우석은 셋업맨에서 마무리로 보직을 바꾼 4월 21일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이날 롯데전까지 1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2승, 7세이브, 평균자책점 0.00, 9이닝 탈삼진률 9.00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1할9푼1리(47타수 9피안타), 이닝당 출루허용은 1.00개다. 모든 수치들이 제법 정상급 마무리 투수답다.
고우석의 시즌 누적 성적은 24경기에서 3승2패, 7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65, 피안타율 1할7푼, 9이닝 탈삼진률 10.21이다. 세이브 선두인 키움 조상우는 18경기에서 1승2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2.70, 피안타율 2할5푼3리, 9이닝 탈삼진률 11.25, 이 부문 2위인 NC 다이노스 원종현은 23경기에서 1승, 13세이브, 평균자책점 2.74, 피안타율 2할1푼4리, 9이닝 탈삼진률 10.57을 기록중이다.
정찬헌이 돌아왔지만 류 감독은 마무리 보직을 흔들 생각이 없다. 정찬헌은 지난 24일 복귀해 6회말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⅔이닝 동안 6타자를 맞아 3안타를 허용하고 2실점(비자책)해 패전을 안았다. 정찬헌은 경기 감각과 구위가 부상 이전만 못하다.
박빙의 마지막 승부처에서 마무리를 바라보는 감독들의 마음은 늘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고우석은 요즘 류 감독의 그 불안감을 조금씩 덜어주고 있다. 고우석은 2017년 1차지명으로 LG에 입단했을 때 이미 차세대 마무리로 언급됐다. 지난해 류 감독이 부임하면서 기회를 폭넓게 얻으며 자신감을 갖게 됐고, 올시즌 비로소 꽃을 피우고 있다. 올해 직구 구속이 좀더 빨라지고,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 또한 향상됐다는 분석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