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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체육]'공부할 권리,운동할 자유' 학생선수의 인권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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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101명의 꽃미남 아이돌을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매주 계단식 승강, 강등을 거듭하고, 매주 프로그램 말미에 석차를 공개한다. 피라미드 시스템 속에 끝내 '원픽'을 뽑아낸다. 눈물겨운 노력, 좌절과 환희가 교차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팬들은 열광하고 환호한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강남 대치동 학원가의 일상을 빼박았다. '1타 강사' 등록을 위해 부모들이 새벽부터 대신 줄을 서고, 소위 스카이 의대, 법대에 진학하기 위해 수천만 원의 과외, 상담도 불사한다.

체육계 혁신의 골든타임이다. 체육계 성폭력, 폭력, 제식구 감싸기에 변명의 여지는 없다. 더 투명해지고 더 공정해져야 한다. 그러나 성적 위주의 비정상적인 대한민국 교육계에서 체육만 따로 재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지난 2월 발족한 문화체육부 스포츠혁신위원회가 5월 말~6월 초, 학교체육 정상화를 위한 2차 권고안을 준비중이다. 체육특기자 제도, 소년체전 개선 등 초중고 학생선수들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중이다. 개선의 방향은 '학교 스포츠를 승부와 경쟁이 아닌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어린 선수들을 과도한 경쟁으로 내모는 비정상적 학교체육 시스템을 이번에야말로 바꾸겠다는 의지다.

▶소년체전을 학생축전으로 바꾸는 일

지난해부터 소년체전에 대한 개선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학생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모두의 축제로 만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현재 전국체전에 편입돼 있는 고등부를 소년체전으로 내리고, 승패와 순위에 집착하는 경쟁보다 학생선수, 일반학생이 모두 함께 즐기는 시스템으로의 개선이 논의중이다. 일반학생과 학생선수의 간극을 점진적으로 줄여간다는 방향성이다.

초등부의 경우 '스포츠 축제'의 방향성은 옳다. 어린이들에겐 과도한 경쟁에서 벗어나, 스포츠의 즐거움을 느끼고, 가치를 배우고, 다양한 종목을 즐기는 가운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기회가 중요하다. 그러나 고등부를 소년체전으로 내리는 부분은 신중해야 한다. 고등부 선수들에게 운동은 곧 '진로'다. 고등학교 때 기술적 성장이 완성되는 많은 종목의 경우 성인 선배들과의 경쟁은 경험 및 실력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체육영재 프로그램은?

학생선수들의 대학진학시 우승, 메달 등 단순한 경기실적 외에 학교성적, 출석, 결석 등 생활기록부의 비중을 높이고 엄정한 면접 및 실기 전형을 통해 '공부하는 선수'를 길러내는 방안논의돼왔다. '공부하는 선수'는 마땅히 가야할 길이다. '운동기계'는 안된다. 운동을 그만두더라도 인생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공부를 병행하는 시스템은 필요하다. 초, 중등 의무교육은 이수해야 한다.

다만 고등학교 이후는 일반학생에게도 학생선수에게도 '진로'교육이 우선이다. 김연아 박태환 손흥민 등 '슈퍼 탤런트'를 지닌 체육영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고려돼야 한다. '월드클래스' 선수가 되려면 탁월한 재능, 비범한 노력과 절대시간이 필요하다. 탁구, 테니스, 펜싱, 빙상 등은 종목별 국제연맹 주관 투어대회에 참가해 랭킹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국제경험을 통해 폭풍성장한다. 김연아, 이상화, 박태환, 손연재의 예에서 보듯 해외훈련이 꼭 필요한 종목도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없다.

대다수 운동선수를 위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운동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뛰어난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꿈과 끼를 펼칠 수 있게 돕는 정책도 수반돼야 한다. 미래의 한국 스포츠 리더로 성장할 '체육영재'에 대한 교육은 특화돼야 한다. 선수촌내 학교 및 아카데미 설립, 개인별 보충수업 식의 방법을 찾아줘야 한다. 현행 제도대로라면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대학 문은 좁아진다. 더 많은 국제대회에 나가, 평생의 꿈인 올림픽 메달을 따려면 '중졸, 고졸'의 길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일부 종목에선 꿈을 위해 '자퇴'를 고민하는 선수들도 생겨나고 있다.

▶'공부하는 선수'들은 이렇게 말한다

무엇보다 '공부하는 선수'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일반학생들과 똑같은 천편일률적인 국영수를 강요하고 똑같은 성적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반인권적이다. 학생선수의 진로와 미래에 필요한 다양한 선택지를 먼저 제공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일하는 이상하씨(34)는 프로축구 K리그 수원 삼성 미드필더 출신이다. 2012년 부상으로 축구를 그만둔 이후 독한 영어공부 끝에 토익 945점을 받고, 체육인재육성재단 지원으로 미국 테네시대 연수를 다녀온 후 공부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2016년 3월 공채를 통해 축구협회에 입사한 후에도 공부 열정을 이어갔다. 지난 6개월간 퇴근 후 '열공' 끝에 최근 조지워싱턴, 보스턴, 뉴욕대로부터 석사과정 입학허가서를 받았다. 9월부터 조지워싱턴대에서 스포츠경영학 공부를 이어가게 됐다. 이씨는 "뒤늦게 시작한 공부가 너무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학생선수의 삶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씨는 "선수들에게 초중학교 의무교육, 특히 국어, 영어, 역사 교육은 꼭 필요하다"면서도 "고등학교부터는 '진로' 개념으로 운동에 집중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축구선수들에게 고등학교 시기는 실력을 키우고 진로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때다. 이 시기 경기경험과 기술적 성장은 절대적"이라고 했다. "운동부 선수들은 대부분 스포츠에 관심 많은 학생들이다. 스포츠 에이전트, 스포츠 창업, 스포츠 미디어, 스포츠 영양학, 생리학 등 스포츠와 관련된 교과과정을 선택하고 공부하게 해준다면 프로선수가 못된다 해도 미래를 준비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훈련 중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체조 국가대표' 출신 김소영 서울시의원 역시 학생선수에게 필요한 맞춤형 공부법을 조언했다. 지난 2002년, 혈혈단신 미국유학을 다녀온 후 후배 체육인, 장애인을 위해 헌신해왔다. 김 의원은 "학생선수들에게 필요한 공부는 '국영수'보다 읽기와 쓰기, 말하기 공부"라고 강조했다. "독서 습관과 훈련일지 등을 통해 글쓰기, 생각하는 힘, 표현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평생 공부하는 시대다. 습관이 형성되는 유청소년기에 '공부의 맛'을 느끼는 것은 중요하다. 운동습관과 마찬가지다. '비록 지금은 꿈을 위해 운동에 전념하고 있지만 언젠가 공부를 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않게 하는 교육환경이 필요하다. 한번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되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것이 선수의 근성이다. 체력과 정신력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스포츠가 인권인 시대, 운동선수의 인권은 어디에 있을까. '꽃으로도 때리지 않는 것'은 기본중에 기본이다. 하고 싶은 운동을 자유롭게 즐기고, 원하는 공부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메달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도전이야말로 존중받고 보호받아야할 선수의 인권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