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작은 발걸음이 쌓이니 어느 새 꽤 높이 올라왔다. 아직 남은 경기가 많지만, 현재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당초 목표였던 '상위 스플릿'권에서 당당히 생존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최근 강원FC는 뚜렷한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강원은 12라운드가 끝난 현재 당당히 리그 단독 5위를 마크하고 있다. 최근 K리그1 3연승의 추진력 덕분이다. 이를 통해 시즌 6승1무5패, 승점 19점으로 포항에 앞선 5위다. 포항과 승점, 득점에서 같지만 실점이 2점 적다. 여기에 중간에 있던 FA컵 대회 결과까지 하면 4연승 중이다. 시즌 개막 후 이렇게 팀이 안정적인 상승 기류를 탄 적이 처음이다.
당초 강원은 올 시즌 그다지 주목을 받던 팀이 아니었다. 지난 시즌에도 리그 8위로 상위 스플릿에 남지 못했고, 무엇보다 스몰 마켓인 시도민구단의 한계로 인해 적극적으로 전력에 투자하기 어려웠다. 또한 팀 연고지인 강릉과 홈경기장으로 쓰고 있는 춘천을 오락가락해야 하는 사정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강원 선수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선수들을 뚝심 있게 이끌고 있는 김병수 감독의 지도력도 인정받을 만 하다.
이런 강원의 1차 목표는 우선적으로는 현상 유지다. 현재 단독 5위가 적지 않은 성과인 만큼 이런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냉정히 말해 지금 선두권을 넘볼 처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목표치를 높게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국은 올 시즌 리그를 주도하는 '빅 4'의 아성에 어떻게 도전할 지가 자금 강원에게 주어진 숙제다.
현재 K리그1은 '울산-전북-서울-대구'의 4강 천하다. 이들 4개 구단은 탄탄한 공수 조직력을 기반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12라운드까지 치른 결과는 울산이 1위. 디펜딩챔프 전북과 부활한 강자 서울이 승점 2점차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대구는 22점으로 4위다.
강원은 이들 'K리그 빅4'와 모두 한 번씩 붙어봤다. 그리고 꽤 선전했다. 2라운드에서는 울산과 0대0으로 비겼고, 3라운드에서는 전북을 상대로 1대0의 깜짝 승리를 따냈다. 7라운드 홈경기 때는 서울과 팽팽히 맞섰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인해 1대2로 졌다. 여기까지는 꽤 선전했지만, 9라운드 대구전 때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펼치며 0대2로 완패했다.
결과적으로 '강원 vs 빅4'의 첫 판은 1승1무2패.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무엇보다 이 전적은 강원의 팀 조직력이 완성되지 않은 시기에 만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최근에 살아난 제리치의 공격력과 탄탄한 미드필드 싸움, 특유의 패싱 축구 등 장점을 더 부각한다면 '빅 4'의 아성에 가장 거세게 대항할 수 있는 팀이 바로 강원이다.
시즌 초반 강원은 공격력 부재로 고민이 컸다. 하지만 강원은 해법을 찾았다. 최근 K리그 5경기에서 9골을 뽑아내고 있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수비적인 안정감에 좀 더 주력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상승 흐름을 계속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과연 강원이 '빅 4'의 대항마로 K리그에 또 다른 볼거리를 불어넣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