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를수록 빗방울은 점점 굵어졌다. 경기장 위 선수들은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듯했다. 수중전에서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기 어렵기 마련이다.
하지만 포항 스틸러스 측면 미드필더 완델손은 미끄러운 잔디를 십분 활용했다. 19일 양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경남 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12라운드에서 1대1 팽팽하던 후반 32분 김승대의 '알까기' 스루패스를 상대 진영 박스 안에서 슬라이딩 슈팅으로 연결했다. 달려나온 상대 골키퍼 손정현보다 먼저 공이 발에 닿았다. 안성남이 뒤늦게 달려왔지만, 소용없었다. 데굴데굴, 골라인을 넘었다. 이 골을 끝까지 지킨 포항이 결국 2대1 승리를 따냈다.
이날 승리로 포항은 감독을 김기동으로 교체한 이후 4연승을 질주했다. 전임 최순호 감독 체제에서 승점 7점(8경기) 획득에 그쳤던 팀이 4경기 만에 승점 12점을 쓸어 담은 것이다. 6승1무5패, 승점 19점으로 상위권에 오르며 애초 목표로 했던 '빅3' 진입에 한발 더 다가섰다. 김기동 감독은 "부임 전 3경기에서 2승1무를 목표로 했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않고 강렬한 의지를 보여줬다"며 목표 초과 달성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포항은 전반 21분 김승준 득점이 비디오 판독에 의해 무효처리된 뒤 기세를 몰아 25분께 선제골을 넣었다. 이진현의 왼쪽 크로스를 완델손이 헤더로 득점했다. 전반 36분 김승준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는 가 싶었다. 하지만 후반 하승운과 데이비드를 투입하며 공격적으로 나선 끝에 결국 귀중한 승점 3점을 가져왔다.
완델손의 결승골 장면과 '꾸역승'에서 볼 수 있듯 '김기동 포항'은 갖가지 변수도 극복하는 팀으로 변모했다. 전 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선 원정 징크스를 이겨냈다. 개막 후 원정 무득점 4연패에 빠졌다가 첫 골과 첫 승을 동시에 챙겼다. 이날 경기 역시 원정이었고, 또 수중전이었다. 완델손은 "시즌 초반 (잦은)패배로 분위기가 무거웠다. (감독교체 후)승리를 따내고 이날부로 4연승을 기록했다. 지금은 즐겁고, 자유로운 분위기"라며 반전 이유를 달라진 팀 분위기에서 찾았다. 김기동 감독도 "선수들이 밝아졌다. 긴장되거나 안 풀리더라도 짜증내지 않고 웃으면서 서로를 격려한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며 "시즌 초 서울전에서 힘 한번 못 쓰고 패했다. (25일 경기에선)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주중 FA컵 16강전을 치른 경남은 부상에서 돌아온 쿠니모토까지 투입하며 4월 이후 리그 첫 승을 노렸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한 득점 취소, 골대 불운, 통한의 실점 등이 맞물려 리그 4연패를 당했다. 김종부 감독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 따른 체력 문제를 패인으로 꼽았다.
양산=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