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은 취재 기자들에게 인기 많은 감독은 아니었다.
경기전 덕아웃에서 갖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말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참 인터뷰가 끝난 뒤 "쓸게 없네"라고 하는 기자들이 많았다.
어떤 것을 물어봐도 속 시원하게 말을 해주는 게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포지션 경쟁을 하고 있는 A선수와 B선수를 공격, 수비에서 비교해 주시죠"라고 질문을 하면 김 전 감독은 "누가 더 낫다라고 말씀을 드려서 기사에 나오면 떨어진다고 평가받은 선수는 마음이 아프지 않겠습니까"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재활하고 있는 주전 선수에 대한 질문을 하면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며 그에 대한 기대를 애써 감췄다. 부진한 선수에 대한 기용 문제도 확실하게 결정이 날 때까지는 취재진에게 양해를 부탁했다.
그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감독이었다. 그래서 말을 하려면 자기의 생각을 정확하게 말해야 하는데 그것이 기사화될 경우 선수가 입을 상처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15∼20분 동안 인터뷰를 해도 건지는 것은 그날의 라인업, 전날 잘해줬던 선수에 대한 칭찬 정도였다. 그래도 그의 진심을 알기에 기자들도 이해를 했다.
그는 남탓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감독인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언론플레이는 그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였다. 선수에게 직접 말을 하면 했지 선수에게 할 말을 언론에 먼저 말하지는 않았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겐 조금이라도 기회를 주려고 했고, 잘하는 선수라도 팀워크를 해치거나 야구에 대한 노력이 보이지 않을 땐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했다. 그럴 때도 그 선수가 잘못한 것을 공개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팬들의 맹비난을 받았던 임창용 방출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참았다. 야구 선배가 살자고 후배의 잘못을 내세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는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이 그가 감독직에 연연해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주위에선 그가 다른 마음을 먹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했다. 그러나 그는 역시 자신의 스타일대로 행동을 했다.
김 전 감독은 KIA의 사령탑을 맡은 5년 동안 307승 3무 310패로 승률 4할9푼8리를 기록했다. 지난 4년 동안 포스트시즌 세차례 진출, 한차례 통합우승을 역사에 남겼다.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팀은 SK 와이번스, 삼성 라이온즈, 두산베어스, KIA 타이거즈 뿐이다. 김기태 전 감독은 분명 KIA에 행복을 안겼던 감독이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