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같던 '끝판대장'들의 기세가 주춤해졌다.
15일 현재 세이브 부문 단독 1위는 14세이브(1승2패, 평균자책점 1.93)를 기록 중인 조상우(키움 히어로즈)다. 함덕주(두산 베어스)가 13세이브(1승3패, 평균자책점 4.15)로 2위, 원종현(NC 다이노스)이 10세이브(1승 무패, 평균자책점 3.32)로 뒤를 따르고 있다.
4월까지의 행보와는 속도 차가 제법 커 보인다. 조상우는 4월까지 13경기서 1승 무패 12세이브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평균자책점 역시 0이었다. 하지만 5월 들어 4차례 등판에서 2패 2세이브에 그쳤고, 평균자책점도 7.20에 달한다. 절반의 등판 기회에서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것이다. 4월까지 '언터쳐블'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던 점과는 대조적이다. 함덕주는 8차례 등판에서 4세이브를 챙겼지만, 2패도 함께 얻었고, 평균자책점 역시 6.75였다. 실제로 경기 종료까지 마운드에 선 것은 4차례에 불과하다. 15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스트레이트 볼넷 뒤 김승회와 교체되기도 했다. 원종현 역시 5월에만 5차례 마운드에 올랐으나, 세이브 없이 1승만 챙겼을 뿐이다. 5월 평균자책점은 9.64다.
무엇이 이들의 공을 무디게 만들었을까. 전체 일정 ⅓지점에 도달하면서 각 팀의 분석이 어느 정도 이뤄진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매 경기 파견되는 전력분석원들이 이들의 구위를 수치화하고, 공략포인트를 타자들에게 제시한 부분이 숙지되기 시작하면서 무결점 투구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서서히 살아나는 타자들의 감각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시즌 초반 달라진 공인구 적응에 애를 먹었던 타자들이 날씨가 풀리면서 제 스윙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분석의 힘까지 더해지면서 끝판대장들을 울리기 시작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마무리 투수들에겐 첫 고비가 찾아온 셈. 상대의 분석과 타자들의 날카로운 방망이를 피해갈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고 볼 만하다. 상대를 압도할 구위나, 스트라이크존 곳곳을 찌르는 제구 뿐만 아니라 구질에서도 변화 포인트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추세를 보면 2013시즌 당시 히어로즈(현 키움) 소속이던 손승락(현 롯데 자이언츠)의 46세이브 이후 6시즌 만의 40세이브 달성 투수가 나올 가능성은 반반이다. 다소 주춤한 페이스와 변화 기간 등을 고려해보면 40세이브까지 가는 길이 쉽진 않아 보인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들이 그동안 50경기 후반에서 60경기 초반까지 소화해온 점과 현재까지 등판 경기수를 대조해보면 여전히 기록 달성의 기대를 버릴 수준은 아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