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 거액을 투자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투자 확대 및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말 취임한 이후 백악관에서 국내 대기업 총수를 면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신 회장의 오벌오피스(집무실) 면담은 30여분 동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4시 15분쯤 백악관 외곽 서쪽 출입구에 캐딜락 승합차 편으로 도착해 보안 검색을 마친 뒤 수행원과 함께 걸어서 들어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뒤 오후 4시 56분에 백악관을 빠져나갔다.
한국 측에선 조윤제 주미대사와 김교현 롯데 화학 BU장, 윤종민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장, 미국 측에선 매슈 포틴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자리를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 계정에 "롯데 신 회장을 백악관에서 맞이하게 돼 매우 기쁘다"라며 "그들은 루이지애나에 31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글과 함께 집무실 안 결단의 책상(미국 대통령 전용 책상)에 앉아 신 회장과 면담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게시했다.
롯데에 따르면 신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에서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준공한 롯데케미칼 에탄크래커 공장에 대해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투자에 대한 사의를 표하면서 생산품에 대해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미국 내 사업 현황과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 대해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투자였다"며 "전통이 있는 훌륭한 건물이니 잘 보존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한 두 사람은 한미 양국의 관계 강화를 위한 상호 협력 방안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롯데는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루이지애나주에서 신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 행사장에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 롯데의 대미 투자를 크게 반긴 바 있다.
롯데케미칼의 루이지애나 공장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연간 100만t 생산할 수 있는 초대형 설비를 갖췄다. 총사업비는 31억 달러(약 3조6000억원)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대미 투자이며, 국내 단일 기업의 대미 투자 규모로는 역대 2번째 규모다. 롯데는 지분의 88%를 투자했다. 롯데는 루이지애나 공장의 현지 상황을 고려해 향후 에틸렌 40만t을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며, 화학 분야와 더불어 호텔 사업 분야에서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롯데는 1991년 롯데상사가 처음 미국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알라바마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생산기지, 롯데뉴욕팰리스호텔, 괌 공항 롯데면세점 등이 진출해 있다. 또한 롯데케미칼, 롯데면세점, 롯데호텔,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상사 등 5개사가 진출해 있으며, 총 투자규모가 4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매년 사업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