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MBC드라마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기대를 모았던 작품들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침체의 늪은 정점 길어지는 모양새다.
올 초 MBC는 적자폭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발표한 바 있다. 종편 채널과 CJENM의 광고 시장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온라인 광고시장도 지상파를 위협하면서 광고 수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를 모았던 중간광고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MBC의 올해 광고매출 목표는 CJENM과 같은 수준인 3000억원이었지만 이같은 추세라면 2000억원도 넘기 힘든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이 된 것에는 콘텐츠의 경쟁력, 특히 드라마의 경쟁력이 큰 폭으로 하락한데 원인이 있다. MBC드라마는 제작비에 지난해 대비 19%정도 상승한 25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이와 함께 드라마 ''아이템' '더 뱅커' '이몽' 등을 기대작으로 꼽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속 빈 강정'이었다. 회당 7억원을 투입한 블록버스터 대작 '아이템'은 초능력을 소재로해 현재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주지훈까지 캐스팅했지만 평균 3%대(이하 닐슨코리아 집계·전국 기준)의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한 MBC 관계자는 "'아이템' 뿐만이 아니다. '이몽'은 회당 10억, '더 뱅커'는 회당 4억8000만원을 쏟아부었지만 소득이 없었다"며 "올초 이런 작품들을 라인업으로 내세웠을 때는 경쟁사들도 긴장시킬만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막상 공개된 후에는 코웃음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고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몽'의 시청률은 6%대에 머물고 있고 '더 뱅커' 역시 3~4%를 오가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더 뱅커'처럼 시청률은 낮아도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췄다면 할말은 있겠지만 '이몽'의 경우는 '10억을 어디다 썼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평일 드라마 편성 시각을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옮긴 것도 위기의식에서 나온 궁여지책이다. MBC는 지난 8일 이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2일 첫 방송하는 수목극 '봄밤'부터 9시 편성을 시작한다. 오는 6월 방영 예정인 월화극 '검법남녀2' 오후 9시로 1시간 당겨진다.
이는 드라마 시장이 월화 밤 10시대 5개, 수목 밤 10시대 4개 프로그램이 혈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 경쟁을 피해보고자 하는 복안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승호 MBC 사장은 최근 'MBC뉴스레터' 창간 인터뷰에서 "드라마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제대로 된 대작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대작들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고 있지만 블록버스터 드라마 제작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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