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두 가지 기록이 작성됐다. 주인공은 '준족' 고종욱(30)과 '거포' 최 정(32)였다.
이날 고종욱은 5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를 성공시켰다. 3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최 정의 타석 때 빠른 발을 이용해 2루를 훔쳤다. 시즌 10호 도루. 2015년 키움 히어로즈의 전신 넥센 히어로즈 시절부터 5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에 성공한 고종욱은 올 시즌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고서도 '준족'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고종욱은 이미 염경엽 SK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염 감독은 고종욱의 빠른 발 뿐만 아니라 순도 높은 타격에도 엄지를 세웠다. 염 감독은 "종욱이가 없었으면 4월에 무너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종욱이는 클러치 능력도 가지고 있다. 2번이 아닌 6번과 7번에 배치돼도 컨택 능력이 좋아 삼진을 당하지 않는다. 타구 스피드가 빠른 편이다. 종욱이의 손목 힘에 동료들도 놀란다"고 덧붙였다. 또 "타구 스피드가 빨라 그라운드 안타도 많은 편이다. 종욱이의 장점을 살려주는 것이 지금을 최상이다. 출루율 향상은 시간이 약이다. 손아섭도 경험을 쌓으면서 출루율을 높였듯이 고종욱도 그런 과정"이라고 말했다.
염 감독의 칭찬에 고종욱의 방망이는 춤췄다. 이날 KIA전에서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했다.
'기록'하면 최 정도 빠질 수 없었다. 최 정은 이날 1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란 대기록을 달성했다. 1-0으로 앞선 3회 초 1사 2루 상황에서 KIA 선발 김기훈의 135km짜리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겨버렸다. 비거리 115m. 시즌 10호 홈런을 작성한 최 정은 홈런 선두 박병호(키움)를 한 개차로 추격했다. 특히 왕년의 홈런타자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장종훈(현 한화 수석코치) 양준혁(은퇴) 박경완(현 SK 수석 겸 타격코치) 김태균(한화)에 이어 5번째 달성한 대기록이었다. 최 정의 홈런 페이스는 가파르다. 3월 8경기에서 1개에 그쳤지만, 4월 22경기에서 4개, 5월 11경기에서 5개를 몰아치고 있다.
결국 SK는 고종욱 덕분에 '발야구'와 최 정 덕분에 '빅 볼 야구' 카드를 장착하고 두산 베어스와의 치열한 선두경쟁을 이어가게 됐다. 이날 승리로 SK는 이날 NC 다이노스를 3대2로 꺾은 두산 베어스와의 격차를 한 경기로 유지한 단독선두를 달렸다.
특히 SK는 챔피언스필드 개장 이후 첫 KIA전 스윕을 달성했다. 기존에는 2010년 6월 29~7월 1일 무등 KIA전 이후 3237일만의 KIA전 원정경기 스윕이었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