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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리포트]6점차 뒤집은 거인, 라팍 침묵시킨 집념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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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승부는 기우는 듯 했다.

1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삼성 라이온즈와 1승1패로 맞선 이날 영남 라이벌 3연전의 마지막 승부에 나선 롯데 자이언츠는 초반부터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3-1로 앞서던 2회말 4실점에 이어 4회말 다시 3점을 허용했다. 5회말 추가 실점하면서 3-9, 6점차까지 점수가 벌어졌다.

롯데 불펜은 이날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선발 투수 박시영이 아웃카운트 4개만을 잡고 마운드를 내려간 뒤 최영환, 서준원이 불을 끄기 위해 올라왔지만, 실점이 이어졌다. 역전을 내준 뒤 타선은 침묵을 거듭했고, 점수차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선발 백정현을 2이닝 만에 불러들이고 불펜 조기 가동 승부수를 띄운 삼성의 기세에 확연히 밀렸다. 그동안 연패 기간 중 반복됐던 '패배 공식'의 반복이었다.

대반전은 7회부터 시작됐다. 7회초 삼성 구원 투수 최지광을 상대로 1사 2, 3루에서 전준우의 적시타, 오윤석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뽑아내 9-5로 추격했다. 8회초에는 2사 1루에서 권오준을 상대로 이대호가 좌월 투런포를 쏘아 올리면서 9-7, 2점차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2사 2, 3루 찬스에서 오윤석의 타구가 1루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동점 기회를 놓쳤고, 결국 이날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뜻의 인터넷 은어) 승부'가 펼쳐지는 듯 했다.

거인의 집념은 9회에도 불타올랐다. 8회에 이어 9회 다시 마운드에 오른 장필준을 상대로 나종덕이 볼넷 출루한데 이어 강로한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1점을 추가했다. 이어진 무사 2루에서 채태인이 좌전 안타를 쳤고, 강로한이 3루를 돌아 홈을 파고들어 슬라이딩, 9-9 동점이 됐다. 9회말 1사 만루 위기를 넘긴 뒤 돌입한 연장전에서는 '캡틴' 손아섭이 연장 10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쏘아 올렸고, 구승민이 10회말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면서 천금같은 1점차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 했다. 롯데 양상문 감독은 "대구까지 찾아주신 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 후반부에 끈기있는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던 경기"라고 평가했다.

다잡았던 승리를 놓친 삼성 팬들은 허탈함 속에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원정 1루측 관중석에선 롯데 팬들이 내지르는 감격과 환희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라팍에서 엇갈린 극명한 희비였다.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