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가수 정준영(30)이 예상을 깨고 첫 재판에 참석했다. 정준영은 범행에 대해 모두 인정하는 한편 '감형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는 10일 오전 11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준영의 첫 공판 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하지만 정준영은 출석했다.길었던 머리를 짧게 깎고, 수형복이 아닌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났다. 버닝썬 클럽 MD 김모씨의 공판 준비도 이날 함께 진행됐다.
직업을 묻는 질문에 "가수입니다"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정준영 측 대리인은 국민 참여재판 여부를 묻는 질문에 "원하지 않는다", '공소 사실과 제출된 증거에 대해 모두 인정하나'라는 질문에 "모두 인정한다"고 답했다.
정준영은 최종훈과 함께 집단 성폭행(준강간) 혐의로도 기소됐다. 정준영 측은 '재판을 따로 치르겠냐'는 질문에 "두 재판(몰카와 성폭행)의 병합을 원한다"면서 "어제 공범 관계에 있는 최종훈씨가 구속됐다. 경찰 조사는 마무리단계인 것 같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종훈 사건에 피고인(정준영)도 공범이냐'라는 질문에 정준영 측은 "2개 사건 중 1개만 관련이 있다. 아마 병합해서 진행하려면 2건이 다 올라와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몰카)피해자가 2명 정도 특정이 됐다. 재판부가 (이들에게)국선 변호인을 선임해준다면,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준영이 의무가 없는 공판 준비기일에 참석하고, 두 사건의 병합을 요청한 이유는 뭘까.
법조계는 정준영 측의 행동이 '감형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준영은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공판 준비기일에 참석하고, 길었던 머리를 짧게 자르고, 정장까지 깔끔하게 차려입었다. 재판부와 방청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행동은 적어도 손해는 아니다.
두 사건의 재판 병합은 일단 피의자의 편의성 면에서 좋다. 재판 2개를 따로 치르는 것보다 한번만 하면 되는 것 자체가 당연히 편하다. 재판부로선 관련 혐의를 한번에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재판에 참석하는 피의자의 수가 많아지고, 별개 사건을 한꺼번에 살펴봐야하는 부담이 있다.
또한 재판 병합 역시 감형 가능성이 내포돼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성폭행 피해자 측 법무대리인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사건 병합은 형량을 줄이기 위한 것 같다. 많이들 그렇게 한다"고 답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에 "재판을 따로 치르면 별개의 판사가 내린 두 재판의 형량이 자동으로 합산되지만, 두 재판을 병합해 한 판사가 판결을 내릴 경우 형량이 다소 감소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두 재판이 동시에 치러질 경우 병합이 용이하지만, 한쪽 재판이 늦어질 경우 전체 재판이 모두 늦어지게 된다. 시간을 늦추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준영은 2015년말 빅뱅 출신 승리(29), FT아일랜드 출신 최종훈(29) 등이 함께 한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몰래 촬영한 성관계 영상과 사진을 공개하는 등 11차례에 걸친 불법 촬영물 유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최종훈, 김씨 등과 함께 한 집단 성폭행(특수 준강간) 혐의도 받고 있다. 최종훈은 앞서 9일 증거 인멸을 우려한 법원의 판단으로 구속됐고, 정준영과 김씨는 이 사건에 대해서도 구치소에서 경찰의 방문 조사를 받았다.
정준영, 최종훈과 더불어 '버닝썬 3인방'으로 불리는 승리는 성매매 및 성매매 알선, 버닝썬 자금 횡령, 식품위생범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돼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
정준영의 다음 공판 준비기일은 6월 14일 오전 11시다. 그 동안 재판부는 정준영 사건은 물론 재판 병합 요청에 대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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