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를 느껴보세요'
한 비타민 광고 문구다. 다린 러프(33)는 삼성 타선에 있어 비타민 같은 존재다. 있는 날과 없는 날의 차이가 크다.
러프는 지난달 25일 왼 허벅지 통증(내전근 좌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보호가 필요했다. 12일간 자리를 비웠던 러프는 7일 대구에서 열린 NC와의 주중 홈 3연전에 전격 복귀했다.
러프가 없는 동안 삼성 타선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지난달 25일부터 9경기에서 3득점을 넘긴 경기는 단 1경기. 10점을 올린 1일 KIA전을 제외한 8경기에서 13득점으로 평균 득점은 1.625점. 영봉패도 2경기나 포함돼 있다. 고구마 처럼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득점을 못 하다보니 힘겨운 행보가 이어졌다. 2승7패. 선수들의 답답한 마음도 컸다. 타자들은 시원한 적시타를 치고 나간 뒤 '사이다 세리머니'를 펼치며 분발을 다짐했다.
돌아온 4번타자. 삼성 타선에 러프가 있는 날과 없는 날의 차이는 너무나도 극명했다. 올시즌 첫 3연전 스윕. 그 중심에 러프가 있었다. 삼성은 3경기 모두 선취점을 올렸다. 그 때마다 러프의 활약이 있었다. 7일 첫 경기에서는 2회 선두타자로 나서 NC 선발 버틀러로부터 우중월 2루타로 출루한 뒤 강민호의 강습타구 때 선취 득점을 올렸다. 러프의 결승득점을 지켜 6대3으로 승리했다. 삼성의 올시즌 화요일 첫 승리였다.
이틀째인 8일에는 1회말 2사 2루에서 NC 선발 루친스키로부터 우월 결승 투런홈런을 날렸다. 윤성환의 완봉 역투 속에 러프의 선제 2타점은 그대로 결승타점이 됐다. 2대0 승리. 여세를 몰아 9일에도 결승 홈런을 날렸다. 3회 김영규를 상대로 터트린 만루홈런이었다. 삼성은 NC와의 주중 홈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6대4로 승리하며 3연전을 싹쓸이 했다. 시즌 첫 그랜드슬램 포함, 4타수3안타 4타점. 3루타 빠진 사이클링히트였다. 돌아온 러프는 이번 3연전에서 매 경기 장타(2루타-투런홈런-만루홈런)를 쏟아내며 강한 투수들을 상대로 공격의 선봉에 섰다.
스윕을 이끈 러프는 9일 경기 후 "강한 팀 NC를 상대로 3연승을 할 수 있어 기쁘다. 내가 돌아와서 이겼다기 보다는 어제는 윤성환의 완봉승, 오늘은 불펜 활약 덕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올시즌은 기술적 보완보다 아프지 않고 무리 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는 몸상태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던진 한 마디는 인상적이었다. "내가 있든 없든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 팀보다 중요한 개인은 없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대구 3연전 만큼은 분명 러프가 있어 이겼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