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남자친구이자 선배인 정경호는 나의 새로운 시도를 늘 응원하고 지지해줘요."
코미디 액션 영화 '걸캅스'(정다원 감독, 필름모멘텀 제작)에서 해커 뺨치는 욕설 9단 민원실 주무관 장미를 연기한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배우 최수영(29). 그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걸캅스'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사회에 만연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소재로 시원한 액션, 짜릿한 쾌감이 더해진 현실감 넘치는 수사극을 통해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는 핵사이다 오락 영화로 5월 관객을 찾은 '걸캅스'. 최근 연예계 큰 충격과 공분을 일으킨 승리·정준영 등의 몰카 촬영 및 유포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여성 범죄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걸캅스'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탄탄한 소재와 통쾌한 결말로 보는 관객의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특히 '걸캅스'는 한류를 사로잡은 소녀시대 출신으로 tvN 드라마 '제3의병원' '연애조작단; 시라노', MBC '내 생애 봄날', OCN '38사기동대', MBC '밥상 차리는 남자', 영화 '순정만화'(08, 류장하 감독) '막다른 골목의 추억'(19, 최현영 감독) 등 다양한 작품 속 다채로운 캐릭터를 통해 가수에서 배우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최수영의 색다른 변신으로 눈길을 끈다. 극 중 장미라는 이름과 달리 욕설 9단, 4차원 기질이 다분한 민원실 주무관으로 완벽히 이입한 그는 이제껏 본 적 없는 반전 매력을 선사하며 '걸캅스'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그야말로 기존의 이미지와 180도 다른 캐릭터로 변신에 성공한 최수영은 "실제 내 모습은 장미 캐릭터와 유쾌한 부분에서 조금 닮은 것 같다. 다만 장미는 굉장히 털털하고 4차원인데 실제로는 좀 더 차분한 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는 장미같은 캐릭터를 만나지 않을까 싶었다. 영화를 선택할 때 나다운 캐릭터를 만나고 싶었는데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었다. 캐릭터 플레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는데 오히려 확고한 성격과 캐릭터를 가진 인물을 만날 수 있다는 지점에서 이 작품이 좋았다"고 애정을 전했다.
첫 정통 코미디 연기에 나선 최수영은 "코미디는 하는 사람이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연기를 하면서 재미있게 연기를 해야했는데 유독 이 현장은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내가 정다원 감독이 확실하게 만든 캐릭터를 소화하지 못할까봐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런 부분에서 좀 더 긴장했던 것 같다. 사실 코미디도 연기해보고 싶었고 배우로서 변신도 해보고 싶었다. 코미디 연기가 이렇게 어렵다는 걸 몸 소 체험했던 시간이었다. 그동안 시한부, 장르물, 로코물도 해봤지만 제대로된 코미디 호흡을 가진 영화는 처음이었다. 이런 현장을 라미란 선배와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정말 많이 배웠던 현장이었다. '걸캅스'가 시리즈로 나와 장미를 꾸준히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차진 욕설 연기로 '걸캅스'의 웃음을 끌어올린 최수영은 "'걸캅스' 촬영 전 배우들과 다함께 리딩을 했는데 그 이후에 정다원 감독이 따로 보자고 하시더라. 리딩 때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욕설 연기가 더 자연스러웠으면 좋겠고 좀 더 장미다운 캐릭터를 원한다고 하더라. 내 욕설이 어떻게 해야 장미같아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다행히 주변에 정말 장미같은 언니가 있다. 그 언니를 만나서 대사 연습을 했다. 맛깔나는 욕을 정말 많이 가르쳐줬다. 평소 주변인을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데 재미있고 맛깔난 말투를 쓰시는 분들을 많이 참고했다. 라미란 언니도 현장에서 조언을 많이 해줬고 도움이 많이 됐다"고 웃었다.
그는 "정다원 감독이 말 끝마다 욕을 붙여 생활을 해보라고 하더라. 그렇게 평소에 쓰면 촬영 현장에서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고 하더라. 그렇게 해봤더니 정말 자연스럽게 됐다. 그러다보니 말투가 너무 편하게 됐다. '걸캅스'를 끝나고 드라마 촬영을 갔는데 말투가 너무 편해져서 스태프들이 놀라더라. 행동이 장미스러워져서 정갈하게 하고 다녀야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최수영은 새로운 도전에 있어 연인인 배우 정경호에 대한 감사함도 전했다. 앞서 최수영은 2012년정경호와 연인으로 발전, 2014년 열애를 공개했고 7년째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연예계 대표적인 장수 커플이다. 그는 "실제로 정경호는 나의 새로운 시도를 늘 응원하는 사람이다. 정경호 본인도 '걸캅스'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걱정보다는 기대와 응원을 많이 해준 사람이다. 특히 촬영 전 조언을 정말 많이 해줬다. 이번 작품 경우엔 '서포트를 잘해주는 역할이기도 하고 자기 개성이 잘 드러난 캐릭터일 수 있으니 주변과 잘 어우러질 수 있게 연기하라'고 조언해줬다. 아무래도 정경호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든든하다. 어떻게보면 학교 선배이기도 하고 배우로도 선배이기도 하다. 나의 연기 고민을 공유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 30대가 된 이후 결혼 계획을 많이 묻는데 아직은 결혼 계획은 없다"고 애정을 전했다.
'걸캅스'를 둘러싼 페미 논란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답한 최수영. 그는 "이 영화를 어떤 개념이나 단어로 한정짓기엔 그 재미와 오락성이 떨어질 것 같다. 논란으로 안 봐주셨으면 좋겠다. 다양성의 한 부분이라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기존의 장르적인 부분에서 크게 벗어난 영화는 아니다. 그동안 형사물, 사건 중심의 영화가 많이 나왔는데 우리 영화는 다만 캐릭터가 여성이고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기존 영화와 다르다. 이런 부분을 신선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여성만을 위한 영화라고 보는 것 자체가 아닌 것 같다. '걸캅스'는 여성만을 위한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사건 중심의 영화다. 라미란 언니가 말한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봤다가 무거운 마음으로 나갈 수 있는, 메시지를 주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최수영은 소녀시대 출신으로 "내 시작이 소녀시대인데 이걸 깨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화려한 외투를 입고 시작을 했는데 지금은 소박한 인간 최수영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꼬리표를 떼어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한다. 많은 팬이 소녀시대를 너무 좋아해주고 내 시작이 소녀시대인걸 다 알고 있다. 그런 연장선에서 다양한 모습이 어울리는 사람이구나 정도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다양한 선택지에 놓이는 사람이고 싶다. 수영이라서 배제되기 보다는 최수영을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최수영이 이런 모습도 있구나 많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그런 포부가 있다. 최수영은 앞으로 소녀시대에 대해 "멤버들이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기회가 되고 여건이 되면 언제든 모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재결합 가능성을 전했다.
'걸캅스'는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뭉친 걸크러시 콤비의 비공식 수사를 다룬 영화다. 라미란, 이성경, 윤상현, 최수영, 염혜란, 위하준 등이 가세했고 정다원 감독의 첫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오늘(9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