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발언'은 진심이었을까. 정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빅이어'를 들고 나면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게 될까. 현지 언론의 관심이 지대한 가운데 정작 포체티노 감독은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지켜봅시다"라며 모호한 입장을 내보였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암스테르담의 기적'을 완성했다. 9일(한국시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아약스와의 2018~2019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4강 2차전에서 루카스 모우라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3대2로 이겼다. 1차전에서 0대1로 패한 토트넘은 1, 2차전 합계 3대3, 원정 다득점 규정으로 창단 137년만에 처음으로 첫 UCL 결승행을 이뤄냈다. 이러한 기적 같은 대업을 달성한 직후 포체티노 감독은 마치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감격에 겨워 "축구에 감사하다.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다. 모두가 영웅"이라며 격정어린 반응을 쏟아냈다.
그런데 이후 기자회견장에서 포체티노 감독에게 현지 취재진이 "우승하고 떠나겠다"고 했던 과거의 폭탄 발언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포체티노 감독은 "We'll see(지켜 봅시다)"라며 확답을 주지 않았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경기 후 인터뷰 장에서 포체티노 감독은 beIN 스포츠와의 인터뷰 중 '정말로 팀을 떠나려는 건 아니지 않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통역을 통해 이 말을 들은 포체티노 감독은 크게 웃은 뒤 '지켜 봅시다'라고 답했다"라고 전했다.
이런 질문과 답변은 4강 2차전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포체티노 감독이 한 '폭탄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나오게 됐다. 포체티노 감독은 당시 "UCL 우승은 정말 환상적인 일"일라며 "만약 우승하면 5년간의 토트넘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건 농담이 아니다. 왜냐고? 토트넘에서 UCL 우승을 하게 된다면, 미래에 뭔가 다른 일에 대해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팀의 역전 결승행이 매우 힘든 상황에서 포체티노 감독이 '배수의 진'을 치고 한 발언일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기적적인 결승행을 일궈낸 뒤에도 포체티노 감독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어쩌면 '대업'을 달성한 뒤에 진짜로 '박수칠 때 떠나라'는 심정으로 포체티노 감독이 획기적인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을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