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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분석]38세 윤성환이 보여준 '아트피칭'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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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의 교본, 모든 것이 담긴 눈부신 투구였다.

삼성 투수 윤성환이 올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윤성환은 8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9이닝 동안 99개를 던지며 볼넷 없이 탈삼진 4개를 곁들여 단 2피안타 무실점의 완봉 역투로 시즌 2승째를 거뒀다.

타선도 일찌감치 윤성환에게 선취점을 안겼다. 돌아온 러프가 1회말 2사 2루에서 루친스키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월 결승 투런포(시즌 5호)를 날리며 결승점을 뽑았다.

무결점 아트 피칭이었다. 이렇다 할 위기도 없었다. 9이닝 중 7이닝을 삼자범퇴, 안타를 허용한 이닝에도 득점권인 2루는 한차례도 허용하지 않았다. 4회까지 탈삼진 2개를 곁들여 매 이닝 삼자범퇴의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5회 선두 타자 양의지에게 이날 첫 출루인 좌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베탄코트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는 순간 강민호가 2루로 뛰던 1루주자를 잡아내며 진루를 막았다.

이후 다시 6,7회 삼자범퇴 행진이 이어졌다. 8회 2사 후 박석민에게 2번째 안타를 내줬지만 손시헌을 플라이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윤성환은 김태진 김성욱 노진혁을 범타 처리하며 2대0 완봉승을 완성했다.

환상적인 볼배합과 제구력이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34㎞에 불과했지만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두루 섞으며 완급조절의 진수를 보여줬다. 9등분 한 스트라이크 존을 구석구석 활용하는 로케이션도 절묘했다. 젊은 투수들이 다시 한번 돌려봐야 할 피칭의 교본 같은 모습이었다.

경제적인 피칭도 박수 받을 만 했다. 이닝 당 평균 투구수는 단 11개였다. 5회까지 투구수는 단 52개. 7회까지 단 75개를 던졌다. NC 선발 루친스키도 8이닝 5피안타 2실점 완투로 호투를 하면서 경기시간도 엄청 짧아졌다. 7회를 마친 시점에 불과 1시간 반 정도 밖에 흐르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2시간 만에 끝나 올시즌 최단 시간 경기로 기록됐다.

짧은 투구 시간에 야수들의 수비집중력도 극대화 됐다. 박해민은 6회 2사 후 김성욱의 중월성 타구를 20m 이상 전력 질주해 잡아낸 뒤 펜스에 부딪히는 그림 같은 호수비를 펼쳤다. 7회 2사 후 김상수도 박민우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역모션을 잡아 1루에 아웃시키는 호수비로 윤성환의 역투를 도왔다.

경기 후 윤성환은 "사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상대 타선이 공격적이었고 좋은 수비와 강민호의 좋은 리드로 운 좋게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시즌 달라진 점에 대해 그는 "편안함"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는 FA도 걸려 있고 많이 쫓겼던게 사실"이라며 "올해는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게 임하다 보니 로케이션과 완급조절 등이 모두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더 운동을 꾸준히 해서 스피드를 더 끌어올리려고 한다. 날이 더워지면 더 나아질 것"이라며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7~8승 정도는 하는 게 올시즌 목표"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