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에서도 기적이 연출될까.
기적이라는 말 외에 무슨 말로 설명이 될까. 모두가 가능성이 없다고 했을 때, 리버풀 선수단과 팬들만 희망을 얘기했다. 그리고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리버풀은 8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유럽챔피언스리그(UCL) 4강 2차전에서 디보크 오리기와 조르지오 바이날둠의 멀티골을 앞세워 바르셀로나를 4대0으로 완파했다. 1차전 원정 경기에서 0대3으로 패했고 모하메드 살라, 로베르토 피르미누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뛰지 못해 사실상 결승 진출이 물건너가는 듯 보였던 리버풀인데, 믿을 수 없는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전반 오리기의 선제골로 리버풀이 긴장하기 시작했고, 후반 교체 투입된 바이날둠의 연속골로 '설마'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그리고 경기 막판 오리기의 믿을 수 없는 결승 진출 확정 골이 터졌다.
리버풀은 포기하다시피 했던 UCL 결승 진출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또, 우승도 충분히 꿈꿔볼만 하다. 반대편에서 아약스(네덜란드)와 토트넘(잉글랜드)의 승자가 올라오는데 바르셀로나만큼의 압박감을 주는 상대는 아니다.
리버풀은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꿀 수 있다. 바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이다. 리버풀은 단 1경기 만을 남겨둔 37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29승7무1패로 승점 94점을 기록중이다. 37경기 동안 딱 1번 패한 팀이 계속해서 2위라 울상이었다. 선두 맨체스터시티가 잡을 듯, 잡을 듯 잡히지 않았다. 맨시티는 37라운드까지 경기를 펼친 결과 31승2무4패로 승점 95점을 따냈다. 패수는 리버풀이 훨씬 더 적은데, 승점에서 1점 차이가 난다.
양팀은 이제 마지막 1경기씩을 남겨두고 있다. 리버풀은 리그 7위 울버햄튼, 맨시티는 17위 브라이턴이다. 전력 차이를 봤을 때 맨시티의 한결 수월해보이는 대진표다. 울버햄튼은 상위팀을 자주 격침시키는 도깨비팀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결국 마지막 승자는 맨시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리버풀은 UCL 4강에서 믿기 힘든 기적을 연출해냈다. 리그 경기라고 그런 행운이 따라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먼저 자신들이 포기하지 않고 울버햄턴전에서 승리를 따낸 후 맨시티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주축 선수 부상, 체력 문제를 거론할 수 있지만 역전승으로 인해 선수들의 심리적 상승세는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리버풀은 1992년 EPL 출범 후 단 한 차례도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만약, 리버풀이 마지막 경기를 이기고도 준우승을 차지하면 역대 최다 승점 준우승팀의 달갑지 않은 명예가 생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