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하키가 2019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이하 2019 세계선수권 D1A)대회에서 '포스트 평창 시대'의 희망과 가능성을 확인했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지난달 29일부터 6일까지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열린 2019년 세계선수권 D1A 대회에서 3승2패(승점 9)로 3위를 차지했다. 2위 벨라루스(3승1연장승1패·승점 10)에 승점 1이 모자라 월드챔피언십 승격에 아쉽게 실패했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적표였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며 큰 성장을 이뤘지만 여전히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실제로 지난해 올림픽 본선 4경기와 월드챔피언십 7경기에서 승점 1점도 올리지 못했다. 이 두 대회를 앞두고 치른 슬로베니아, 러시아, 독일, 슬로바키아와의 평가전에서도 모두 졌다. 올림픽과 월드챔피언십에 여러 차례 출전한 경험이 있는 전통의 강호를 상대로 거둔 승리는 2017년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2차전에서 카자흐스탄에 거둔 5대2 역전승이 유일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강호' 슬로베니아와 벨라루스를 각각 5대3, 4대1로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슬로베니아는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8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고 평창올림픽에서는 조별리그에서 2승을 챙긴 강호다. 벨라루스는 소비에트연방에서 분리된 후 1998년, 2002년, 2010년 올림픽에 출전했고, 특히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에서는 4강까지 올랐다.
이런 강팀을 연달아 제압하며, '정상권 진입'이라는 '포스트 평창 시대'의 목표가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특히 평창올림픽이 끝난 후 대중의 관심이 급격히 감소하고, 상무 아이스하키 팀이 사실상 폐지되는 등 열악한 상황에서 남자 대표팀의 '국제 무대 경쟁력'을 확인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토종 공격수'들의 성장이다. 이번 대회는 백 감독이 부임한 후 처음으로 복수 국적(귀화) 선수 없이, 순수 국내 출신 선수들로만 공격진을 꾸린 대회였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국내파 공격수들은 일취월장한 경기력으로 '백지선호' 출범 이후 가장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했다. 톱라인의 공격수 김상욱은 대회 올스타에 선정됐다. 한국 공격수가 IIHF 세계선수권 올스타에 뽑힌 것은 마이클 스위프트(2016년 디비전 1 그룹 A 대회)에 이어 두번째다. 벨라루스와의 최종전에서 4골을 몰아친 신상훈은 대회 득점왕을 차지했다.
여기에 전정우 김형겸(이상 25) 이총현 송형철 최진우(이상 23)등 젊은 선수들이 국제 대회 경험을 쌓으며 자신감을 높였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올림픽 세대'의 상당수는 향후 2~3년 내에 현역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빈자리를 메울 젊은 선수들의 육성은 향후 한국 아이스하키의 중요한 포인트다. 협회는 이번 대회에서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한만큼, 이들의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7일 귀국 후 바로 해산한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당분간 소속팀 일정에 주력할 예정이다. 다음 시즌 계획은 이달 하순 슬로바키아에서 열리는 2019년 IIHF 연차총회에서 내년도 세계선수권과 인터내셔널 브레이크(각국 대표팀 친선 경기를 위한 리그 휴식기) 일정 등이 확정된 후 논의될 예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