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종목 중 하나다.
그도 그럴 것이 축구는 선택과 조합의 연속이다. 일단 수많은 포메이션 중 팀구성원들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전형을 골라야 한다. 그 다음에는 어떤 조합으로 선수들을 구성할지 택해야 한다. 포백보다 스리백이 어울리는 선수단이 있고, 투톱보다 원톱이 맞는 팀이 있다. 윙백에 공격적인 선수를 세울건지, 아니면 수비적인 선수로 세울건지, 측면에 왼발잡이를 그대로 왼쪽에 기용할지, 아니면 오른쪽에 기용할지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축구다. 이 모든 선택의 최종 결정권자는 감독이다.
감독들은 다양한 변화를 실험하지만, 자기만의 세계관으로 인해 변화에 한계가 있다. 신임 감독은 기존의 실패한 틀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이전 감독이 찾지 못한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감독 교체는 단기간에 팀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감독 교체 후 바로 승전보가 이어지는 사례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 K리그가 그렇다. 조성환 감독이 사퇴하고 최윤겸 감독 체제로 변신한 제주는 4일 감격의 리그 첫 승을 거뒀다. 9경기 동안 단 1승도 없던 제주는 새 감독 밑에서 단 하루를 보냈을 뿐이데, 경남을 2대0으로 제압했다. 단숨에 최하위에서 탈출했다. 포항 역시 드라마틱한 반전을 보였다. 포항은 3연패에 빠지며 최순호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김기동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포항은 확 달라진 경기력으로 2연승에 성공했다. 4일 동해안더비에서는 '라이벌' 울산에 짜릿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포항은 6위까지 뛰어올랐다.
신임 감독은 선수단에 새로운 비전과 긴장감을 제시할 수 있다.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고취시키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준다. 긴장감을 조성하며 팀내 건전한 경쟁도 이루어낸다. 이같은 감독 교체는 남은 K리그의 순위싸움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매년 치열한 강등싸움을 통해 학습효과를 얻은 각 팀들은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감독 교체를 꺼내들었다. 인천이 스타트를 끊었다. 인천은 지난달 15일 욘 안데르센 감독과 작별하고 임중용 대행 체제로 변신했다. 5연패에 빠졌던 인천은 감독 교체 후 2경기 연속 무승부로 한숨을 돌렸다. 이후 포항, 제주가 차례로 감독을 바꾸었다.
일단 교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포항은 중위권으로 뛰어올랐고, 제주도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 포항과 제주는 개막 전 상위스플릿급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기본 전력은 나쁘지 않은 팀들이다. 인천 역시 매년 생존에 성공했을 정도로 저력을 갖춘 팀이다. 이들이 계속해서 치고 올라올 경우, 순위싸움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K리그가 새로운 변수를 맞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