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된 것이고, 앞으로도 꾸준히 그렇게 갈 겁니다."
K리그1 강원FC의 신광훈은 올 시즌 플레이 스타일에 큰 변화를 줬다. 이전까지 '안정된 수비'에만 치중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기회만 포착되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곤 한다. 기본 업무는 수비지만, 공격 가담 비중이 상당히 늘어났다. 말하자면, '역습의 주역'과 같은 역할이다. 상대의 공세를 단단히 막아내다가 틈이 생기면 돌풍처럼 치고 나가 거센 역습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이런 형태의 플레이 변신은 꽤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 원래 신광훈의 주요 업무는 '수비'다. 강원의 우측 윙백으로 상대의 측면 공격을 차단하고 막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 당연히 이 역할도 잘 수행해내고 있다. 그런데 올해 공격에도 적극 참여한 덕분에 벌써 2골-1도움으로 3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김지현(3골-1도움)에 이은 팀내 2위 기록이다.
특히 지난 5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0라운드 경기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결승골을 터트리며 팀의 1대0 승리를 이끈 장면이 압권이었다. 마침 이 경기는 신광훈의 K리그 개인통산 300번째 출전 경기였다. 경기 전 기념식을 치른 신광훈은 그 기세를 이어나가 전반 33분에 김지현의 크로스를 골로 연결했다. 후방에 있던 신광훈은 순식간에 공격에 가담해 날카로운 슛을 날렸다. 이쯤 되면 신광훈은 이제 더 이상 '수비전담'이 아닌, 팀의 또 다른 공격 옵션이다.
그런데 이런 신광훈의 플레이 스타일 변신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었다. 이미 이번 시즌을 앞두고 치밀하게 준비된 강원 김병수 감독의 '큰 그림'이었다. 그런 계획의 실마리를 지난 3월 31일 홈구장에서 열렸던 성남과의 K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강원은 2대1로 이기며 시즌 첫 연승을 달성했다. 이날 결승골의 주인공도 역시 신광훈이었다. 강원은 당시 후반 17분 김현욱의 선제골로 앞서나가다 후반 38분에 동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5분 뒤에 결승골을 뽑아냈다. 후방에서 달려들어온 신광훈이 정석화가 이어준 공을 호쾌하게 중거리 슛으로 때려내 골망을 뒤흔들었다. 신광훈의 시즌 첫 골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뒤 김 감독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인터뷰장에서 신광훈이 이날 따라 공격에 자주 가담하는 모습을 보인 끝에 결승골을 터트린 장면에 관해 기자가 "의도된 작전이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감독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습니다. 어느 정도 의도된 플레이였습니다. 앞으로도 똑같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그런 형태로 갈 겁니다."
결국 신광훈의 올 시즌 공격력 향상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신광훈이 열심히 훈련해 개인 기량을 좋은 상태로 끌어올린 부분도 있지만, 김병수 감독이 추구하는 '새로운 강원 축구'의 한 형태라고도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팀의 허약한 공격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토종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공격 옵션을 생각한 듯 하다. 신광훈이 그 해법의 하나였다. 때문에 앞으로 신광훈의 공격 활약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