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포항을 상대로 골을 넣으면 세리머니를 하겠다."
'울산 10번' 신진호가 동해안더비의 약속을 지켰다. 포항 유스 출신 신진호는 2일 포항-울산전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 울산을 대표해 나섰다. 신진호는 이 자리에서 "포항을 떠나 서울로 가면서 포항 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다. 보통 친정팀을 상대로 세리머니를 하지 않지만, 나는 포항을 떠난 지 오래 됐다. 골을 넣으면 울산 팬들을 위한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호기로운 신진호의 도발은 화제가 됐다. 전쟁에 기름을 들이붙는, 패기만만한 베테랑 신진호의 공약에 K리그 팬들과 미디어는 환호했다. "FC서울에서 했던 무릎 세리머니 경례 세리머니를 해줄 수 있느냐"는 팬의 요청엔 "팬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해야 한다"고 즉답했다. "작년에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하다 무릎이 다 까진 이후 그만하려 했지만 포항은 K리그에서 가장 잔디상태가 좋다"고 했다. "골을 넣으면 김도훈 감독님을 향해 달려가고 싶다"는 공약도 추가했다.
4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K리그1 10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울산 현대의 161번째 동해안더비, 전반 31분 신진호의 발끝이 번쩍 빛났다. 골 직후 신명나는 무릎 슬라이딩 경례 세리머니가 작렬했다. 신진호는 전반 31분 김보경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직후 날선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벤치로 달려가 김도훈 감독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동해안 더비, 골과 세리머니의 약속이 지켜졌다. 또 하나의 유쾌한 스토리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이날 동해안더비는 시종일관 뜨거웠다. 신진호의 선제골이 터진 지 4분만에 포항 이진현의 동점골이 터졌다. 1-1로 전반을 마친 후 후반 초반 울산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후반 26분 포항의 원샷원킬이 통했다. 후반 투입된 하승운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울산 골키퍼 오승훈이 손끝으로 쳐낸 것이 문전 김승대 발앞에 떨어졌다. 김승대가 지체없이 골망을 흔들며 역전골을 터뜨렸다. "감독님, 제가 골 넣겠습니다"라던 경기전 약속을 지켰다.
김도훈 감독은 후반 26분 신진호를 빼고 주민규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28분 주니오의 왼발 슈팅이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후반 41분 주니오의 슈팅을 막아서던 하창래의 핸드볼 논란으로 VAR이 가동됐지만 페널티킥이 아닌 코너킥이 선언됐다. 후반 추가시간 김성준의 크로스에 이은 윤영선의 문전 왼발 슈팅을 골키퍼 류원우가 막아섰다. 휘슬이 울릴 때까지 울산의 불꽃 공세에 포항의 육탄방어가 이어졌다. 울산의 4연속 코너킥이 무위로 돌아가며 포항이 2대1로 승리했다. 지난해 동해안더비에서 3연승을 달렸던 울산이 포항 원정에서 아쉽게 역전패했다.
포항 김기동 감독은 김승대의 2경기 연속 결승골, 1골1도움 활약에 힘입어 부임 후 2연승을 달렸다. 승패를 떠나 사력을 다한 동해안더비는 경기력, 스토리 모든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