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천신만고끝에 8연패에서 벗어났다. KT는 3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이글스와의 원정경기서 5대4의 역전승을 거뒀다. 정말 살이 떨리는 긴장감 속에 얻은 승리.
계속된 연패 속에서 KT는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고, 그것이 경기력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안타를 많이 치면서도 득점권에선 침묵을 지키고, 잘 던지던 마운드도 리드를 하면 오히려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많은 접전 경기에서 고비를 넘기지 못해 패했던 게 수두룩했다. 35경기 중 26경기가 3점차 이내의 승부였다. 8연패 중 무려5경기가 1점차 승부. 2점차가 1번, 3점차가 1번있었다. 즉 3점차 이내의 박빙의 경기에서 7번 모두 진 것.
그래서 3일 한화전의 1점차 승리가 KT에겐 의미가 컸다. 1-2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8회초 멜 로하스 주니어가 한화 마무리 정우람으로부터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스리런포를 터뜨렸다. 단숨에 4-2로 앞선 것.
하지만 KT는 8회말 곧바로 위기를 맞았고, 어이없는 수비 실책까지 겹쳐 2점을 헌납해 4-4 동점이 됐다. 올라가던 분위기가 삽시간에 떨어졌고, 이는 곧 패배를 의미했다.
이 순간 주장 유한준의 방망이가 빛났다. 9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유한준이 정우람을 상대로 좌월 솔로포를 터뜨린 것.
긴장속에 맞은 9회말 마무리를 맡은 정성곤은 선두 최재훈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이어 희생번트가 나와 1사 2루의 위기. 정성곤은 침착했다. 9번 대타 지성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더니 이날 안타 2개를 친 1번 정은원을 유격수 플라이로 잡았다. 모두가 오랜만에 웃은 경기였다.
큰 점수차로 여유있게 이겨도 좋았겠지만 이런 접전 상황에서의 승리가 KT 선수들에겐 조금 더 의미가 깊었다.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역전에 성공한 뒤 곧바로 동점을 허용해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웠을 때 다시 승리 기회를 얻었고 이를 지켜낸 것 자체가 앞으로도 접전 상황에서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었기 때문.
KT는 선발 마운드가 나쁘지 않고 불펜 역시 예전보다는 견고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타선만 힘을 낸다면 충분히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평가다.
연패의 수렁에서 빠져나온 KT가 이번엔 하늘로 고공행진을 할 수 있을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