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부산 사직구장.
4-4 동점이던 4회말 무사 1루. NC 다이노스 외국인 투수 에디 버틀러가 롯데 자이언츠 안중열을 상대로 볼 3개를 던졌다. 3번째 공이 볼로 선언되는 순간 버틀러는 화를 참기 어려웠는지 짜증섞인 모션을 취했고, 그 순간 NC 이동욱 감독이 주심에게 타임을 요청했다. TV중계화면에는 통역을 대동하고 직접 마운드에 오른 이 감독이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으로 버틀러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모습이 잡혔다. 동점 상황에 타자와의 승부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투수 코치가 아닌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오르는 장면은 꽤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버틀러는 이날 마운드 위에서 좀처럼 평정심을 찾지 못했다. 2회말 제구 난조 속에 야수들의 수비 도움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4실점을 한 뒤부터 얼굴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0-3, 2사 2루 상황에서 나경민의 우전 안타 때 우익수 크리스티안 베탄코트가 송구 실수를 범해 또다시 실점하자, 공을 그라운드에 내동댕이 치면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버틀러는 위기를 넘긴 뒤 3회를 삼자 범퇴 처리했으나, 4회 들어 허 일에게 볼넷을 내준 뒤 안중열과의 승부에서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감독은 버틀러를 바라보면서 자신과 더불어 포수 양의지를 가리키기를 반복했다. 1만2296명이 입장한 이날 관중의 응원 소리가 크긴 했지만, 이 감독의 모습은 버틀러를 질책하는 듯 다소 격앙된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에게 책임감을 강조하면서도 푸근한 표정으로 팀을 이끌던 그간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국내 선수들에 비해 감정적으로 예민한 외국인 선수, 1선발 에이스를 향한 주문이라고 보기엔 분명 다른 느낌이었다.
이 감독의 지시사항에 고개를 끄덕이던 버틀러는 안중열을 삼진 처리했으나, 강로한에 볼넷, 카를로스 아수아헤에게 내야 안타를 내주면서 1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나경민을 삼진 처리하고 전준우마저 우익수 뜬공 처리하면서 결국 실점을 막았다. 이후 버틀러는 5회말 역시 삼자 범퇴로 막았고, 6회초 공격에서 베탄코트의 역전 2타점으로 팀이 리드를 잡은 직후인 6회말 1사 1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타선 지원과 불펜 활약 속에 버틀러는 시즌 2승(2패)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이 감독의 단호한 한 마디가 흔들리던 버틀러를 다잡았고, 결국 승리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