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컨셉트와 모델이 포메이션보다 중요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다시 한번 자신만의 원칙을 강조했다. 벤투 감독은 2일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2019 대한축구협회(KFA)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섰다. 이번 세미나는 A대표팀의 축구 철학과 경기 모델 등을 각급 대표팀과 공유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U-20 월드컵에 나설 최종엔트리 명단을 발표한 정정용 U-20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 김학범 U-22 대표팀 감독, 김성수 U-16 대표팀 감독 등 전 연령별 축구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KFA에 소속된 전임 지도자, 피지컬 코치, 분석관 등이 총출동했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지도자들 앞에 선 벤투 감독은 15분가량의 언론 공개 시간 동안 세미나의 취지를 설명하고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이끌었다. 경기 스타일을 담은 영상을 보기 전 그는 "A대표팀을 운영하는 철학과 방향성을 공유하고 싶을 뿐, 어느 게 더 낫다거나 '이렇게 해야 한다'고 주입하려는 건 아니다. 이건 '강의'나 의사의 '처방'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분이 경기 컨셉트나 모델, 철학을 논하면서도, 어떤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설지에 대한 고민도 많지 않으냐"면서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전술? 철학?"이라고 질문을 던졌다.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며 진행하려고 한다"며 답변을 구하는 벤투 감독의 말에 처음엔 다소 어색한 분위기 속에 적극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았으나 지도자들은 조금씩 생각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연령이나 감독의 성향에 따라 어디에 중점을 둘지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 "철학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등 의견이 나왔다. "월드컵 최종 예선처럼 결과를 내야 하는 경기에서는 철학을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전임 감독 때도 그런 상황이 있었다. 이럴 때 감독님의 의견은 어떤가"라는 반문도 나오는 등 점차 토론에 몰입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벤투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나는 팀의 컨셉트와 모델이 포메이션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컨셉트와 모델이란 것은 감독이 추구하는 원칙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그 원칙이 있다면 어느 포메이션이든지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 컨셉트를 확정하려면 선수 개개인의 특징과 함께 어느 정도 역량을 가졌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데리고 있는 선수들의 특징과 역량을 파악해 컨셉트와 철학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빌드업을 바탕으로 높은 점유율을 갖고 지배하는 축구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당시 고정된 멤버와 포메이션으로 우승에 실패하며 비판을 받았지만, 자신의 철학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벤투 감독은 3월 A매치에서 4-1-3-2로 포메이션을 변경해 재미를 봤다. 물론 기본 컨셉트는 바뀌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벤투 감독이 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 추구해 온 축구 철학과 팀의 전술적 방향 등 게임 모델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해, 이후 스카우팅 세션을 통해 세르지우, 펠리페 코치가 상대 분석과 더불어 대표팀 선수 선발 및 선수의 경기력 분석 방법을 공유했다. 각 이론 세션과 함께 참가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2일과 3일 오후에는 이론 파트에서 다룬 게임 모델, 전술, 철학 등을 실제 훈련을 통해 시연하는 실습도 진행했다.
파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