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제와 솔직하게 조사를 받으면 무슨 소용일까.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연일 구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박유천의 법률대리인이었던 법무법인 인 권창범 변호사는 30일 "금일부터 박유천 관련 업무를 전부 종료한다. 박유천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모두 인정하고 있고 솔직하게 조사받고 있다"고 밝혔다.
박유천의 팬덤 또한 갤러리를 통해 "'하늘을 봐요. 기도할게요'. 그의 기자회견장에서 외친 한 팬의 간절함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이런 고독한 상처를 남겨 주는군요. 언제부터였을까요. 그를 추억할 때마다 가슴 한편이 아파지는 건 언제부터였을까요. 그의 인생을 마냥 응원할 수 없게 된 게"라며 "'나 자신을 내려놓기가 두려웠다'라고 한 그의 말을 지금은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를 내려놓기가 두려웠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각자의 인생을 걸어가야 하는 시간이기에 그만 손을 놓아주려 해요"라고 전했다.
또 "그대의 남은 여정을 응원할 순 없지만 그대가 마지막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은 바라봐 줄 테니 앞으로 인간 박유천으로서 후회없는 삶을 살길 바라요"라고 '마지막 편지'를 마무리했다.
이제 박유천에게 남은 건 가족 뿐이다. 동생 박유환은 29일 자신의 개인방송을 통해 "여전히 형을 믿는다. 형을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내일(30일) 엄마와 형을 만나러 갈 것"이라고 변함없는 지지 표명을 했다.
박유천은 올해 2~3월 전 여자친구이자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와 3차례에 걸쳐 필로폰 1.5g을 구매하고 이중 일부를 5차례에 걸쳐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29일 박유천이 경찰조사에서 대부분의 마약 투약 및 구매 혐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박유천은 3월 13일 황하나와 함께 필로폰을 한 차례 투약하고 자신이 혼자 추가로 한번 더 투약했다고 털어놨다. 또 "나 자신을 내려놓기 두려웠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죄할 건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경찰은 박유천이 마약 혐의를 꾸준히 부인하고 있어 황하나와의 대질 심문까지 검토해왔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마약 투약 경위를 서로의 책임으로 미루고 있는데다 황하나는 3차례, 박유천은 6차례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주장하는 등 진술이 엇갈려 대질조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박유천은 황하나가 자신을 마약 공범으로 지목하자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 황하나에게 마약을 권유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17일에는 경찰에 자진출두해 조사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박유천이 체모 대부분을 제모하고 염색과 탈색을 반복해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박유천 측은 이에 대해 부인했다. 또 경찰이 확보한 마약 구매 정황이 담긴 CCTV 영상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23일 경찰은 박유천의 다리털에서 필로폰에 대한 양성반응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를 토대로 그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박유천은 여전히 "마약을 하지 않았다. 필로폰이 어떻게 체내에 들어갔는지 경위를 검토 중"이라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꾸준히 거짓말을 반복해 온 박유천은 결국 26일 구속됐다.
이렇게 박유천은 결백 주장 기자회견 19일 만인 29일 뒤늦게 마약 혐의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조사받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전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박유천과의 신뢰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고 판단, 전속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손을 놨고 팬들과 변호사 마저 그의 거짓말에 등을 돌렸다. 대중은 박유천이 마약을 한 것도 물론 문제이지만, 기자회견에서 보여줬던 '악어의 눈물'에 더욱 치를 떨고 있다.
경찰은 이번주 내로 박유천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그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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