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달리던 정수빈(29)이 넘어졌다. 안타까운 부상이다.
지난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롯데 자이언츠전의 최대 이슈는 양팀 감독의 경기 중 설전 논란이었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본질은 바로 정수빈의 부상이다.
두산이 9-2로 앞선 8회말 2사 1,2루 찬스에서 타석에 서있던 정수빈은 구승민의 148km 직구에 등쪽을 맞았다. 공이 날아오면서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등에 맞았으나 변화구가 아닌 빠른 직구가 미친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이튿날(29일) 오전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정수빈의 부상 상태는 심각했다. 두산 구단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정수빈은 타박에 의한 우측 9번 갈비뼈 골절과 더불어 폐에 멍과 혈액이 고인 증상이 추가로 확인됐다.
최소 한달 이상. 회복세에 따라 길면 두달 이상 결장도 가능하다. 일단 뼈가 붙고 폐가 정상적으로 회복을 해야하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는 아무것도 못한다. 그 이후 재검진을 받고 재활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어찌 됐든 장기 결장이 불가피하다.
정수빈은 남다른 마음 가짐으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해 가을 경찰 야구단을 제대한 후 제대로 준비한 사실상의 복귀 시즌이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훈련양이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속도가 남달랐다.
수비는 큰 고민이 없어도, 타격에 대한 고민이 늘 존재했던 정수빈이다. 특히 군 입대 직전 시즌에는 데뷔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타율 0.242)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주전 자리가 위태롭기도 했다.
그래서 정수빈은 더욱 이를 악물었다. 홀가분하게 병역도 해결했고, 2020 시즌까지 무사히 마친다면 데뷔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도 얻을 수 있다. 그동안 다른 선수들의 타격폼을 따라하기도 하면서 많은 고민을 보였던 정수빈이지만, 그는 이번 캠프에서 "이제는 나만의 것을 찾은 것 같다. 타격에 대해 조금 알 것 같다. 앞으로는 지금 폼에서 조금씩 수정은 할 수 있어도 남을 따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차분하면서도 자만심이 아닌, 자신감이 엿보이는 똑부러지는 말투였다.
그리고 올 시즌 초반 28경기에서 타율 3할2푼(103타수 33안타)로 좋은 결과를 내면서 더욱 상승세를 타는듯 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모든 것이 멈췄다. 대체 선수들이 많다고 해도, 그동안 성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온 정수빈의 급작스러운 이탈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두산 코칭스태프와 팀 동료들, 구단 직원들이 그의 부상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이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