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전7기의 환희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가 드디어 첫승을 따냈다. 레일리는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2안타 3볼넷 7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앞선 6경기서 승리 없이 3패에 그쳤던 레일리는 이날 롯데가 NC를 6대1로 꺾으면서 비원의 첫승에 입맞췄다.
출발은 불안했다. 레일리는 1회초부터 사구와 연속 볼넷 등 2사 만루로 대량 실점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박석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스스로 위기를 돌파했고, 이후 7회말까지 6개의 탈삼진을 더 보태며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60%, 최고 구속은 146㎞였지만,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NC 타선을 요리했다.
올해로 KBO리그 5번째 시즌인 레일리는 롯데의 에이스 투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두 시즌 동안 전반기 부진-후반기 부활 패턴을 이어가면서 '슬로스타터'라는 달갑잖은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했다. 올 시즌에도 호투를 펼치는 날에는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초반에 무너지는 등 들쭉날쭉한 피칭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은 공격과 수비 모두 레일리의 첫승에 힘을 보탰다. 한동희의 부상으로 생긴 3루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출전한 강로한이 잇단 호수비를 펼쳤다. 그동안 지명 타자로 활약하다 이날 1루 글러브를 낀 이대호는 5회초 1사 1루에서 이상호가 친 총알같은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내 더블플레이로 연결하면서 레일리를 웃음짓게 했다. 8회말 선두 타자 김진형에게 2루타를 내준 레일리를 대신해 구원 등판한 진명호가 권희동에게 적시타를 내줬지만, 이후 고효준, 오현택이 추가 실점을 막으면서 5점차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 했다. 초조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레일리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모습을 확인한 뒤 비로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