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밀리면 안된다. '꼴찌 탈출'이 필요하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가 치른 29경기를 분석해보면, '리드'를 하고 있을 때보다 승부를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선발 원투펀치' 양현종과 제이콥 터너가 6경기째 각각 시즌 첫 승과 KBO리그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고, 5선발 김기훈의 성적표도 1패에 머물러 있다.
선발투수가 먼저 실점을 내주는 경기가 잦아지면서 KIA는 항상 추격자의 입장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필승조보다는 뒤지고 있을 때 나올 수 있는 투수들이 마운드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주인공은 김세현 박정수 장지수다.
이들의 임무는 실점 없이 리드당하고 있는 점수차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후 타자들이 빅이닝을 통해 승부를 뒤집어주는 시나리오의 발판이 돼야 한다. 그러나 좀처럼 버텨내지 못하고 있다. 김세현은 21일 두산 베어스전과 28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나란히 2실점 했다. 28일은 더 큰 아쉬움이 남았다. 0-2로 뒤진 5회 초 팀이 대거 5점을 뽑아내 역전한 상황에서 원포인트 임기준에 이어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아웃카운트 한 개도 잡지 못하고 2피안타 1볼넷으로 재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직구 스피드가 느린 박정수에게도 큰 기대를 하기 힘들었다. 28일 키움전에서 5-8로 뒤진 상황에서 8회 말 마운드에 오른 박정수가 무실점으로 막아줬다면 9회 초에서 타자들에게 역전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박정수는 5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부정적인 요소만 있었던 건 아니다. 그 와중에서도 불펜자원 전상현과 장지수가 호투를 펼쳤다. 2016년 KIA 유니폼을 입은 전상현은 26일과 27일 키움전에서 각각 1이닝과 2⅓이닝 동안 나란히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140대 중후반대 묵직한 직구와 변화구를 섞어 던지면서 탈삼진 4개를 잡아냈다.
KIA는 선발진이 살아나지 않는 이상 이번 시즌 리드를 끝까지 지키면서 승리를 따낼 수 있는 전력이 아니다. 그렇다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투수들의 보직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무리 김윤동이 대흉근 손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불펜요원 문경찬이 임시 마무리로 돌아선 상황에서 문경찬처럼 점수차가 뒤지고 있을 때 올려도 유지시켜줄 수 있는 자원이 필요해 보인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