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남길이 '인생캐릭터를 만났다'는 주변의 반응에 대해 "아직 아니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2003년 MBC 3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후 MBC '선덕여왕'(2009), SBS '나쁜 남자'(2010), KBS2 '상어'(2013) 등 다수의 인생작을 남겼다. 최근에는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박재범 극본, 이명우 연출)에서 김해일 신부 역을 맡아 또다시 인생작과 인생캐릭터를 경신하며 대중들에게 제대로 각인됐다.
김남길이 열연을 펼친 '열혈사제'는 분노조절장애 가톨릭 사제와 구담경찰서 대표 형사가 늙은 신부 살인사건으로 만나 어영부영 공조 수사에 들어가고 만신창이 끝에 일망타진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김남길은 극중 분노조절장애 신부인 김해일 신부 역을 맡아 시원한 액션과 분노를 담은 감정 열연으로 만화같은 스토리에 설득력을 더했다.
김남길과 이하늬, 김성균, 금새록 등의 열연에 힘입어 '열혈사제'는 SBS에 올해 첫 20% 시청률 돌파라는 기록을 안겨준 효자 드라마가 됐다. 특히 20일 방송된 최종회에서는 22%(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종영. 유종의 미를 거두기도 했다.
김남길은 29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열혈사제'의 뒷 이야기와 근황을 공개했다. 김남길은 '열혈사제'에서 코믹한 느낌을 살려 시선을 모았다. 그는 "코미디가 가장 어렵다. 어필을 해야 하는 것은 맞는데 코미디는 다루기 어려운 거 같다. 코미디 연기를 굉장히, 내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높게 생각했던 것이 있다. 배우들도 코미디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해일이 입장에서는 무거운 사건에 휘말렸는데 코미디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될까를 고민했다. 제3자에 의해 치유가 되고 발전하는 것이지 그거에 빠져 살았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됐다. 작품에 들어가다 보니 개연성에 집착하면서 나쁘게 말하면 다툼, 배우들과 작가의 의견차이가 있었는데 이 세상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고 하는 것은 일상적 삶의 한 부분인데
김남길은 이어 "초반 분량은 방송이 나가기 전에 찍어둔 상태이기 때문에 고민스러웠던 부분이 있었다. 10부와 11부 찍으면서 어떤 얘기를 했냐면 '시청자들이 이영준 신부님의 죽음을 잊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했다. 저희도 문득 문득 잊고 있던 적이 있었다. 그정도로 다시 잡아와야 했다. 패러디를 너무 하다 보니 중간중간 그랬던 부분이 있어서 그거는 방송에 나가기 전에 좋은 반응들이 많았다고 해서 과도하게 쓴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인생 캐릭터'라는 평을 받았다. 그는 "제 안에 있는 인물을 극대화시켜서 인물을 만들어내고는 했다. '해적' 때도 '이건 딱 김남길'이라고 사람들이 말했던 것처럼 해일이(김해일)도 나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배우들끼리는 하늬도 성균이나 다 '오빠 우리 해일이가 인생캐야'하면 저는 '아직 보여줄게 얼마나 많은데 이거 가지고 인생캐라 그래'라고 하기도 했다. 보여주고 싶은 것들도 많았고 작품 안에서는 겸손해야 하는 것도 있고, 좌지우지될 만한 나이가 아니라 그렇다. 나이가 들면서 무덤덤해지는 것도 있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다. 다 그런 느낌이다. '인생캐다' 하면 그냥 '감사하다' 그런 마음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남길은 "사제복을 입은 드라마가 많이 나와서 전혀 생각도 안했는데 사람들이 다 그 얘기를 하면서 '그거랑 비교돼서 얼마나 까일까'하면서 웃는 거다. 그런 거를 커버하기 위해 롱코트를 입지 않았나 싶다. 그런 것도 패러디였다. 배트맨에서 나오는 망토의 느낌이다. '구담구'가 등장하니 제대로 해보자고 해서 롱코트를 입었다. 코트를 펄럭이는 것을 보고 사람들의 반응이 좋으니 '더 해보자'고 해서 일부러 코트를 더 펄럭거리기도 했다. 옷은 딱 세 가지 정도로 가지고 시작했다. 사제복은 한 벌이었고 코트는 세 벌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김남길은 김해일과 닮은 점에 대해 "운전하다가 깜빡이를 안 켜면 '깜빡이를 켜야지!'하는 거나 전철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다음에 타야 하는데 먼저 뛰어가거나 그런 서로 배려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그런 것들에 대한 정의감이 있는 거 같다. 일할 때는 배려를 해야 하는데 자연인 김남길은 이기적이기도 하고 개인주의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한다. 일과 자연인 상태는 다르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사회에서 구성원을 이루고 살 때는 배려나 서로에 대한 이해는 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나 하며 발끈하는 것이 닮지 않았나 싶다. 하늬도 성균이도 자꾸 '똑같아'라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하면서 내가 이런 정도였나 싶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비슷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앞으로 어떤 연기를 더 보여주고 싶을까. "제가 사극을 몇개를 했는데 장르가 같은 거지 인물들의 성향은 다 다르지 않나. 기본적으로 다른 삶을 사는 인물들을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인생캐릭터라고 하면 이제는 더 안 나올 거 같고, 은퇴해야 할 거 같다는 느낌도 들지 않나. 형들이 너무 열심히 해주셔서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
상 욕심에 대해서도 말을 아낀 김남길이다. 그는 "예전에는 단 한 번도 노미네이트가 안 된 적이 많았다. '해적'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하다 보니 박수를 칠 기회도 없다는 것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두 번 다시는 시상식 쪽으로는 소변도 누지 않겠다고 했었다. 어릴 때는 너무 상처를 받으니 트로피를 들고 '내가 이걸 달라고 했어?'라고 하면서 내려오는 꿈까지 꿨었다. 그래서 '내려놓자'고 생각한 후에는 노미네이트 되는 것에도 감사하고 그 자리에 가는 것도 기쁘다. 이제는 시상식에 가면 즐기고 오려고 한다. 이제는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과 함께 가서 즐기고 오자는 마음이다. 받으면 어떻고 안 받으면 어떻겠나. 어릴 때는 상처가 될 수 있지만, 지금은 상을 못 받아서 좋은 배우가 아닌 것도 아니고, 대단하지도 않지만 나쁜 배우는 아닌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제가 어릴 때부터 스타로 길러진 것이 아니고, 공채로 들어와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조금씩 늘려가는데 수상을 하거나 좋은 일이 생기면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저를 볼 때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놓고 상 받으면 올라가서 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열혈사제'는 23일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공동으로 개발한 소비자 행동 기반 콘텐츠 영향력 측정 모델 CPI 4월 3주(4월 15일~21일) 리포트에서도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50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고, 관심 높은 프로그램50에서는 2위에 이름을 올렸고,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50에도 1위에 랭크되며 상반기 최고의 흥행 드라마임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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