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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분석]씩씩했던 원태인, 희망 가득했던 선발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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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품기에 충분한 씩씩함이었다.

'아기사자' 원태인(19)이 데뷔 첫 선발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원태인은 28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와의 주말 마지막 경기에 선발등판 했다. 4이닝 동안 83구를 던지며 4피안타 3개의 4사구를 내주며 잇달아 실점 위기에 몰렸지만 고비 마다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단 1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상대 선발이 만만치 않았다. LG가 자랑하는 외인 원투 펀치 중 하나인 케이시 켈리였다. 올시즌 KBO리그에 데뷔해 7경기에서 4승1패, 2.49로 맹활약 중인 정상급 선발투수. 이날도 어김없이 켈리는 무실점 호투를 6회까지 이어갔다.

팀이 처한 상황도 부담스러웠다. 삼성은 이번 주 내내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연장 승부 2차례 등 3경기에서 전패였다. 선발 경험이 없는 열아홉 유망주로선 부담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이러한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원태인은 고졸 신인답지 않았다. 씩씩했다. 마치 늘 오르던 선발 마운드에 선 것 처럼 여유와 침착함이 있었다. 그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고비마다 달아나지 않고 마운드에서 혼신을 다해 자기 공을 던졌다.

특히 실점 위기에서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1회를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넘긴 그는 2회 선두타자 유강남에게 큼직한 2루타를 맞으며 첫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후속 3타자 박용택 김민성 김용의를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탈출했다.

3회에도 선두 타자 정주현에 좌중간 3루타를 허용한 뒤 이천웅에게 적시타를 맞아 첫 실점을 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오지환에게 사구를 허용해 무사 1,2루. 정신이 번쩍 든 원태인은 전 타석에서 안타를 친 김현수에게 집중했다. 볼카운트 2-2에서 선배 포수 강민호의 리드대로 몸쪽에 빠른 공을 정확히 붙여 2루 앞 병살타를 유도했다. 채은성에게도 하이패스트볼로 하프 스윙을 이끌어내며 더 이상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원태인은 4회 1사 후 조금 힘이 떨어져 보였다. 변화구 구사가 많아지면서 연속 볼넷으로 1,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힘든 상황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냈다. 김용의를 초구 커브로 플라이 처리한 원태인은 전 타석에서 3루타를 친 정주현을 낮게 제구된 빠른 공으로 얼어붙게 만들며 데뷔 첫 선발 등판을 마쳤다. 원태인은 0-1로 뒤진 5회부터 선배 임현준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준 반면 숙제도 남겼다. 투구수가 늘어나면서 빠른볼이 조금씩 높게 제구됐다. 투구수 조절은 선발 안착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이날 원태인은 '결정'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이닝당 평균 20개가 넘는 공을 던져야 했다. 물론 상대 선발 켈리의 호투로 한점 차 승부 상황이라 원태인-강민호 배터리가 신중하게 볼배합을 가져간 측면도 있다. 이날 불펜에는 충분한 투수들이 조기등판을 준비중이었다.

안정적 선발 안착을 위해서는 빠른 볼카운트에서 쉽게 맞혀 잡을 수 있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실전 등판을 거듭해 가며 익혀가야 할 숙제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