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
'꽃미남 펜서'오상욱(23·성남시청, 세계랭킹 2위)이 SK텔레콤 국제펜싱그랑프리에서 빛나는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오상욱은 28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올림픽펜싱장)에서 펼쳐진 국제펜싱연맹(FIE) 서울 SK텔레콤 국제그랑프리 남자 사브르 결승에서 '런던-리우올림픽 챔피언' 아런 실라지(헝가리·세계랭킹 4위)를 상대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올시즌 카이로그랑프리 우승, 부다페스트월드컵에서 준우승한 '톱랭커' 오상욱이 안방에서 기어이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올림픽 2연패' 실라지를 상대로 분전했다. 초반 실라지의 공세에 밀렸지만 치열하게 따라붙었다.12-12, 13-13, 14-14, 피말리는 명승부 끝에 오상욱이 마지막 한끗을 쳐내며 15대14,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2017년 김정환 이후 2년만에 우승컵을 탈환했다.
오상욱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마음을 내려놓고 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했다. "승부욕이 강한 편이었는데 강한 승부욕 때문에 오히려 지는 것같아 마음을 내려놓는 훈련을 했다"고 했다. 오상욱은 이번 대회 승승장구했다. 8강에서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내줬던 '한솥밥 선배' 구본길(30·국민체육진흥공단)을 15대7로 꺾고 4강에 오르며 동메달을 확보했다. 직전 부다페스트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내줬던 '유럽 챔피언' 막스 하르퉁(독일)과의 준결승에서도 15대2로 완승했다. 오상욱은 "진 경기를 집요하게 분석하는 편이다. 부다페스트 결승에서 하르퉁에게 진 후 정말 생각을 많이 했다"고 복수혈전의 이유를 전했다. '승리 포인트'가 된 실라기와의 마지막 한끗에 대해서도 그는 "상대가 공격할 때 그 공격을 막은 후 상대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작전을 시도했다. 부다페스트 단체전에서 똑같은 것을 시도했는데 그때는 실패했다. 이번에는 성공했다"고 했다. "다음에도 계속 시도할 것"이라며 눈을 빛냈다. 마지막 한끗까지 그는 치열하고 집요했다.
오상욱은 올시즌 성남시청에 입단한 실업 1년차다. 1996년생, 대전대 시절부터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하며 대한민국 펜싱의 미래로 손꼽혀온 선수다. 이날 현장에선 작은 얼굴에 또렷한 이목구비, 긴 팔다리를 지닌 '꽃미남 펜서' 오상욱을 향한 소녀팬들의 사진촬영 요청이 쇄도했다. 경기장엔 '상욱아, 우승하고 치킨 먹으러 가자'는 플래카드까지 내걸렸다. 오상욱은 "이번 대회에서 펜싱의 인기를 실감했다"며 웃었다.
올시즌 국제대회에서 무려 3번의 개인전 결승 무대에 올랐다. 가장 성장한 점을 묻는 질문에 "부담감이 덜해진 것, 마음이 편해진 것"을 꼽았다. "실업팀에 온 후 메달의 가치를 더욱 느끼게 됐다"고도 했다.
안방 대회에서 우승한 소감을 묻자 가족 이야기부터 꺼냈다. "SK텔레콤 그랑프리는 부모님이 보실 수 있는 유일한 국제대회다. 부모님이 지켜보시는 가운데 우승해서 기뻤다"고 했다. "7월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해 세계랭킹 1위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유상주 펜싱대표팀 감독들과 김정환, 구본길 등 믿음직한 선배, 동료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명장밑에 약졸 없다는 말이 맞다"며 미소 지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남녀 각 2명을 4강에 올리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전날 여자 개인전에서 김지연(익산시청)이 준우승, 서지연(안산시청)이 동메달을 따낸 데 이어 이날 남자부에서도 오상욱이 우승했고, '맏형' 김정환(국민체육진흥공단)이 동메달을 따냈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전세계에 '펜싱코리아'의 이름을 다시 한번 빛냈다. 이날 시상식엔 '펜싱코리아의 수장' 최신원 대한펜싱협회장(SK네트웍스 회장)이 직접 시상자로 나섰다. 최 회장은 대회 기간 내내 경기장을 찾아 관전하며 선수들을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올림픽공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