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위기의 시대다.
메이저리그(MLB)는 위기를 맞고있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인기가 나날이 치솟으면서, MLB는 한 계단 밀려났다. 2017년 미국 '갤럽'이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1위는 미식축구(37%)였고, 2위는 NBA(11%) 그리고 3위가 MLB(9%)였다. MLB는 해당 설문 조사에서 수년동안 하락 그래프를 그려왔다.
미국 경제 전문지들은 10년 후에는 NBA가 NFL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FL은 '경기수가 적다'는 치명적인 한계점이 있는 반면, NBA는 경기수가 많고 끊임 없이 '슈퍼 스타'들이 탄생하고 있으며 시장 성장 속도가 무척 빠르다. '포춘'은 지난해 5월 분석 기사에서 "NBA는 앞으로 점점 더 성장해 NFL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여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MLB는 2018시즌 전체 103억달러(약 11조5500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16년 연속 수입이 상승했지만, 관중수는 줄었다. 2018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은 2만8830명으로 2017시즌(3만42명)보다 4% 감소했다. 실제로 MLB의 전체 관중 숫자는 2012시즌 이후 매년 하락세다. 관중 감소 원인으로는 이상 기온으로 인한 날씨 영향, 몇몇 구단들의 마케팅 실패 등이 이유로 꼽히지만 불안 요소는 따로 있다. 관중수 하락세가 지속되면 언젠가는 수익도 줄어들 것이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 부임 이후 사업적인 성과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그러나 MLB 사무국은 보다 근본적인 고민에 빠져있다.
미국에서 야구는 이제 '올드'한 스포츠다. 젊은 층들은 다른 스포츠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갤럽' 설문에서 18~34세 연령대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미식축구(30%), 농구·축구(11%), 야구(6%) 순이었다. 또 미국 '스포츠비즈니스저널' 조사에 따르면, 프로스포츠 시청자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종목은 미국프로축구(MLS)로 40세고, MLB는 57세로 가장 높다. 나이든 팬들의 충성심은 여전히 뜨겁지만, 반대로 젊은 팬들의 외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쉽게 말해 MLB는 이제 '나이든 사람들이 보는 올드한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박혔다. 미국의 10~20대들은 템포가 빠르고, 쉴새 없이 움직이는 축구와 농구를 더 선호한다.
최근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2020 도쿄올림픽 이후 국제 대회에서 '7이닝 제도'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구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다. 또 경기 시간이 너무 길고, 흐름이 느려 세계적인 트렌드와 동떨어지고, 신규팬들의 유입이 더디다는 이유도 작용했다. 7이닝 제도가 야구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크지만, 리카르도 프라카리 WBSC 회장은 야구가 변화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다르지 않다. KBO리그는 2002 한일월드컵 이후 극도의 침체에 빠졌다가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황금기를 겪었다. 2011년 최초 600만 관중 돌파, 2012년 700만 돌파, 2016년 800만 돌파로 승승장구하던 KBO리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관중 감소를 겪었다. 2017년 약 840만명이던 관중이 2018년 807만으로 줄었다. 신생 구단인 KT 위즈나 NC 다이노스 2008년 창단한 히어로즈 등은 기존 구단들보다 신선한 마케팅 방법들을 동원해도 고정 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내실 없는 성장이다.
구단들은 이런 근원적인 분석 없이 올 시즌 총 관중 목표수로 역대 최다인 878만명을 발표했다. 날씨가 좋아지면 더 나아지겠지만, 시즌 초반 KBO리그 흥행 성적은 빨간불에 더 가깝다.
한국 '갤럽'은 매해 개막 직전인 3월에 프로야구 선호도 관련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2010년 이후 '프로야구에 관심이 없다' 혹은 '좋아하는 팀이 없다'는 답변은 꾸준히 40~50% 수준이었지만, 올해 3월에 발표한 결과에서 해당 답변 비율은 63.55%에 달했다. 프로야구에 관심을 갖고있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는데, 작아지는 파이 조각을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눠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KBO나 10개 구단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스피드업'으로 경기 소요 시간을 줄이고, 경기 시간을 늘이는 주범으로 지적된 타고투저 현상을 막기 위해 공인구 반발계수를 조정했다. 구단들은 신규팬, 특히 유소년팬 유입을 위해 매년 다양한 마케팅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야구팬으로 사로잡아야 할 10~20대들은 스포츠보다 유투브 등 SNS를 통한 미디어에 많은 흥미를 보인다. 가만히 야구장 관중석에 앉아 정적과 스탠바이를 즐기기엔 '요즘' 사람들은 1초도 쉬지 않고 정보를 주고받는 시대를 살고 있다.
또 템포 빠른 다른 스포츠들이 가진 박진감을 도무지 따라갈 수 없다. 프로야구나 메이저리그를 즐기는 팬들의 숫자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는데, 해외 중계 활성화로 인해 NBA나 NFL, 유럽축구, 격투기를 즐기는 인구의 증가를 체감한다. 야구의 장점인 '느리고, 일상적이지만 짜릿한 매력'이 전혀 어필되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면 야구는 세계화 실패는 물론이고, 기존 시장의 생존까지 위협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아니면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