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이 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특별 귀화가 안 돼더라도 상관없다."
전북 현대 승리의 주역 로페즈는 귀화를 꼭 해야 한다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는 "한국 귀화는 나의 바람일 뿐이다. 안 돼도 괜찮다. 오늘 벤투 감독이 경기 보러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훈련전에 동료들이 날 보고 놀리기도 했다. 경기 전 훈련할 때 동료들이 '오늘 (너한테) 찬스 몰아줄테니 잘 해서 귀화 한 번 해보자'며 웃으며 놀렸다. 내가 한국어를 능숙하지 않아 특별귀화만 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귀화는 내 바람일 뿐이다. 안 돼도 괜찮다. 난 전북의 우승을 위해 열심히 할 뿐이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의지를 드러낸 전북 현대 외국인 공격수 로페즈(브라질 출신)가 원맨쇼를 펼쳤다. 일본 우라와 레즈를 상대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전북의 승리를 견인했다.
로페즈는 최근 SNS에 태극전사로 변신한 자신의 캐리커처를 올렸고, 국내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귀화 후 우리나라 A대표로 차출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로페즈는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우라와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해 선제골을 뽑았고, 김신욱의 헤딩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이날 경기장엔 한국 축구 A대표팀 사령탑 벤투 감독이 찾아 예비 태극전사들의 경기력을 점검했다. 경기 MOM에 뽑힌 로페즈는 기자회견에서 "경기전 조별리그 1위를 해야한다고 선수들과 얘기했다. 홈에서 우라와를 꼭 잡자고 했다. 우리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 오늘만 기쁨을 만끽하고 주말 서울전도 이겨야 한다"면서 "나는 오늘 상대의 밀착 마크가 더 편했다. 자신있게 몸싸움을 펼쳤다"고 말했다.
전북 현대가 3승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통과의 8부 능선을 넘었다. 전북이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2019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4라운드 홈 경기서 2대1 승리했다. 전북은 로페즈가 멀티 공격포인트(1골-1도움)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김신욱은 추가골을 뽑았다.
전북은 조별리그 3승1패(승점 9)로 조 선두를 유지했다. 우라와는 승점 4점에 머물렀다. 전북은 향후 베이징 궈안전(원정) 부리람전(홈) 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홈팀 전북 현대는 4-1-4-1 전형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에 장신 공격수 김신욱, 그 뒷선에 로페즈-임선영-손준호-한교원, 수비형 미드필더로 신형민, 포백에 김진수-김민혁-홍정호-최철순을 세웠다. 골문은 송범근에게 맡겼다. 원정팀 우라와 레즈는 3-5-2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최전방 투톱으로 고로키-무토, 중원에 야마나카-에베르톤-아오키-나가사와-모리와키, 스리백에 마키노-스즈키-마우리시오, 골키퍼로 수사쿠를 배치했다.
전북은 홈에서 경기 시작부터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우라와를 몰아붙였다. 전북은 김신욱의 높이와 로페즈의 개인돌파를 앞세워 상대 수비라인을 계속 두들겼다. 김신욱은 헤딩볼 경합에서 절대 우위를 점했고, 로페즈는 이번 시즌 최고의 컨디션을 보였다. 최근 자신의 SNS와 미디어 인터뷰를 통해 귀화를 통한 한국 국가대표 의지를 드러낸 그는 우라와 수비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였다. 몸싸움, 스피드, 드리블 돌파, 슈팅 모든 면에서 로페즈는 전반 내내 월등한 모습이었다. 로페즈의 이날 경기력은 한국 축구 A대표팀 사령탑 벤투 감독과 대표팀 코치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로페즈가 전반 12분 전북의 선취골을 뽑았다. 원맨쇼였다. 상대 선수로부터 공을 빼앗아 치고 들어간 후 오른발로 감아찼다. 로페즈의 슈팅은 우라와 골문 오른쪽 구석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 후 그는 가족의 사진이 새겨진 보호대(2개)를 양말에서 꺼내 방송 중계 카메라에 보여주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기세가 오른 전북은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우라와는 수비하다 전반전을 다 보냈다. 전북은 김신욱 임선영 손준호 등의 연속 슈팅이 우라와의 육탄방어에 막혀 추가골로 이어지지 않았다. 김민혁의 결정적인 헤딩슛도 상대 수문장 선방에 막혔다.
전북은 후반 시작, 3분 만에 추가골을 뽑았다. 이번에도 시작은 로페즈였다. 로페즈가 측면에서 자로잰듯 올린 크로스를 김신욱이 머리로 박아 넣었다.
우라와는 후반 이와나미, 나부트, 유루키를 교체 투입하며 라인을 끌어올려 공격에 무게를 실었다. 우라와의 반격은 매서웠다. 0-2로 끌려간 후반 12분, 고로키가 만회골을 뽑았다.
전북은 후반 이승기 이동국 이 용을 조커로 교체 투입했다. 우라와는 공격의 고삐를 더 조였고, 전북은 '선 수비 후 역습'으로 맞대응했다. 전북은 후반 35분 로페즈의 결정적인 슈팅이 수비수의 육탄방어에 막혀 아쉬움이 컸다. 전북은 리드를 지키며 승점 3점을 추가했다. 우라와는 끝내 동점골을 뽑지 못했다.
한편, 경남FC는 일본 가시마사커스타디움에서 열린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하며 4경기 만에 첫 승을 따냈다. 후반 일본인 선수 쿠니모토가 결승골을 뽑아냈다. 경남은 가시마전 승리로 1승2무1패 승점 5점이 됐다. 전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