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정점을 찍은 여자 핸드볼 부산시설공단 에이스 류은희(29)가 한국 여자선수로는 10년 만에 유럽 빅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대한핸드볼협회와 부산시설공단은 24일 류은희가 프랑스 여자핸드볼 1부리그 팀인 Paris 92(전신 Issy Paris)와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올해 7월 15일부터 2021년 6월까지 2년(1+1년)이다. 이로써 류은희는 2009년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뛰었던 오성옥 현 여자청소년대표팀 감독 이후 10년 만에 유럽 무대를 다시 밟은 한국선수가 됐다.
이미 류은희의 해외 진출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수비와 공격이 모두 뛰어난 왼손 라이트 백이라는 포지션 장점과 특히 유럽 선수에 못지 않은 우수한 신체조건(신장 1m81)으로 인해 해외 구단들로부터 꾸준한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이번에 입단하게 된 '파리 92' 구단은 이미 지난 2014년부터 류은희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었다. 류은희가 2012 런던올림픽에서 보여준 기량에 반했던 것. 그러나 류은희의 계약 기간이 남아있었고, 부상 문제도 발생해 계약이 미뤄져 왔다.
하지만 류은희가 이번 2018~2019시즌 다시금 최상의 기량을 회복하며 소속팀 부산시설공단을 창단 첫 통합 우승으로 이끌고, 자신 역시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독식하며 전격적으로 해외 진출이 이뤄지게 됐다. 소속팀 부산시설공단도 큰 성과를 낸 류은희의 해외 진출을 깔끔하게 허락했다.
류은희가 입단하게 된 Paris 92팀은 2017~2018시즌 프랑스 1부리그 3위를 차지한 강팀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7위에 머물러 있다. 과거 꾸준히 상위권에 위치했던 전통의 강호로 올해 초 팀명을 Issy Paris에서 Paris 92로 변경하며 제2의 창단을 모토로 선수 보강에 집중하는 상황. 결국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 그간 눈 여겨 봤던 류은희를 전격 영입하게 됐다.
류은희의 프랑스리그 진출은 개인 뿐만 아니라 한국 여자핸드볼 전체로서도 호재라고 볼 수 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명맥이 끊겼던 여자 대표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다시 부활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대표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했던 2000년대 중·후반에 한국 여자핸드볼이 국제 무대에서 최전성기를 구가했던 게 증거다.
2000년대 중후반 오성옥과 김차연(오스트리아 히포방크) 홍정호(노르웨이/덴마크) 최임정(덴마크) 등 대표선수들이 유럽리그를 누볐던 시기에 한국 여자핸드볼은 2004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2008 베이징올림픽 동메달 등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이후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사라졌고, 대표팀 역시 2012 런던올림픽과 2016 리우올림픽에서 모두 노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때문에 대한핸드볼협회에서도 그간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수 선수의 유럽진출을 지원해왔다.
류은희를 지도하며 이번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한 강재원 부산시설공단 감독은 "Paris 92는 현재는 EHF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정도의 팀은 아니지만, 세계 남녀 핸드볼을 제패하고 있는 프랑스 리그의 탄탄한 위용을 느끼기에는 적합한 팀으로 판단된다"며 류은희의 유럽 진출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류은희 역시 "Paris 92에서의 활약을 토대로 향후 EHF챔피언스리그 제패를 목표로 하는 팀으로 이적하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계약 기간 중 후반 1년 연장에 대한 결정권을 구단이 아닌 선수가 갖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