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4월인데, 벌써 두 명이나 짐을 쌌다.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K리그1은 이제 8라운드를 마쳤다. 전체 일정(38라운드)의 5분의 1을 막 지났다. 벌써 두 명의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잔류왕' 인천이 스타트를 끊었다. 인천은 지난 7라운드에서 울산에 0대3으로 패한 뒤 칼을 뺐다. 5연패로 취하위까지 추락한 팀을 바꾸기 위해 15일 욘 안데르센 감독과 결별을 택했다. 일주일 뒤 또 한번의 경질 소식이 들렸다. '명가' 포항의 차례였다. 대구와의 8라운드에서 0대3으로 패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10위까지 내려간 포항은 발빠른 변화를 택했다. '레전드' 최순호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눈에 띄는 것은 타이밍이다. 예년과 비교해 굉장히 빠른 시점이다. 지난 시즌에도 감독 교체가 있었지만, 경질이 아닌 사퇴였다. 4월30일 황선홍 감독이 서울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놨고, 5월 이기형 감독이 인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서울의 경우, 황 감독에 대한 믿음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부진에 책임을 지겠다는 황 감독의 뜻을 꺾지 못했다. 경질은 8월에서야 나왔다. 강원이 송경섭 감독을, 전남이 유상철 감독을 경질했다.
경질은 구단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다. 잔여연봉을 감수하면서까지 쓰는 '초강수'다. 대대적인 변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구단 입장에서도 모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아무리 위기가 오더라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 시즌 그 시계가 빨라졌다. 가장 큰 이유는 올 시즌 리그 상황이다. 올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울산, 전북, 서울이 빅3를 구축한 상위권과 달리, 하위권은 그야말로 박이 터진다. 승점 자판기가 사라졌다. 개막 전 유력한 강등후보로 꼽힌 성남, 상주, 강원은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중위권에 자리했다. 오히려 수원, 제주 등 기업구단들이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성남, 상주, 강원이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수원, 제주 등이 살아나면, 강등싸움은 더욱 예측할 수 없는 구도로 바뀐다.
결국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른 경질 러시는 초반부터 밀리면 끝이라는 절박함에서 나온 결과다. 더욱이 올 시즌에는 월드컵과 같은 대형 이벤트가 없다. 한달 가까이 쉬는 브레이크 기간이 없다. 팀을 재편할 시간을 벌려면 일찌감치 새로운 감독을 앉히는 수 밖에 없다. 부산, 성남, 전남 등 전통의 명가도 한번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맞았다. 인천, 포항은 안일한 선택 대신 빠른 교체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들의 성공 여부에 따라 조기 경질은 앞으로 K리그1의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래저래 감독들의 스트레스만 늘어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