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의 올시즌 타격을 보면 의문점이 생긴다. 예전과 달리 우타석에서의 성적이 더 좋다.
로하스는 한국에선 드문 스위치 히터다. 왼손 투수가 나올 때 우타석에서 타격을 하고 오른손 투수가 나오면 왼손타자가 된다. 하지만 많은 야구팬들은 로하스를 왼손타자로 주로 생각한다. 왼손타자일 때 인상적인 홈런을 많이 쳤고, 전체적으로 왼손타자일 때 성적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로하스는 타율 3할5리(564타수 172안타)에 43홈런을 때렸다. 왼손 투수를 상대로 우타석에서는 타율 2할7푼5리(138타수 38안타)에 10홈런을 기록했고, 오른손 투수를 만나 좌타석에서는 타율 3할1푼5리(426타수 134안타)에 33홈런을 쳤다.
그런데 올해는 반대다. 우타석일 때의 성적이 더 좋다. 올시즌 타율 2할8푼(100타수 28안타)에 3홈런을 치고 있는데 우타석에서 왼손 투수를 만났을 때 타율 3할3리(33타수 10안타)에 3홈런을 쳤다. 자주 나가는 좌타석에선 타율 2할6푼9리(67타수 18안타)에 홈런은 하나도 없다.
시즌 초반 부진을 보인 로하스인데 장기인 장타가 잘 나오지 않고 있다보니 4번 타자의 위압감이 잘 보이지 않는다.
21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왼손 타자로 나와서는 세번 모두 범타로 물러났는데 왼손 박근홍과 상대한 6회초엔 1-1 동점에서 우타석에 나가 리드하는 솔로포를 날렸다.
2-2 동점이던 9회초 1사 2루서 롯데는 왼손 고효준을 내리고 오른손 구승민을 올렸다. 보통이라면 로하스까지 고효준이 상대하고 5번 유한준 때 우투수로 바꾸는데 이날은 특이했다. 롯데에서도 로하스의 좌타석 때의 타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로하스는 구승민에게서 삼진을 당했다. 유한준이 안타를 치지 못했다면 경기의 양상은 또 달랐을 것이다.
KT의 상위타선은 최근 좋은 흐름을 보인다. 황재균 강백호 유한준 박경수가 모두 제몫을 하고 있다. 그 사이에 있는 로하스가 '구멍'인 느낌이다. 문제는 KT엔 우타자가 많다는 점이다. 현재 주전 중에서 김민혁과 강백호 로하스만 왼쪽에서 친다. 그러다보니 KT전엔 왼손 투수보다 오른손 투수가 더 많이 등판한다. 로하스가 좌타석에서 좋은 활약을 해줘야하는 이유다.
그래도 로하스의 타격 페이스가 시즌 초반보다는 많이 올라온 상황이라 희망은 있다. 하지만 왼손타자로 나와서 작년같은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KT 타선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접전에서 이겨내면서 탈꼴찌까지 성공한 KT로선 로하스의 각성이 꼭 필요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