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집 토끼'를 잡지 못했다. 자유계약(FA) 신분을 얻은 손현종(27)을 대한항공에 내줬다.
사실 KB손보에서 손현종은 '계륵'이었다. 권순찬 감독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 공격수였다. 그래도 KB손보는 국내 시장에서 부족한 토종 자원을 고려해 손현종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1억원이 안되는 연봉의 3배 이상을 약속했었다. 이후 트레이드 하려는 전략이었지만 그건 나중 일이었다. 그러나 KB손보의 계획과 달리 손현종은 대한항공으로 둥지를 옮기고 말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KB손보는 곧바로 김학민을 접촉했다. 사실 김학민은 은퇴를 고려하고 있었다. 대한항공 원클럽맨으로서 아름다운 퇴장을 생각 중이었다. 그러나 KB손보의 삼고초려가 있었다. 지난 12일 FA 계약 마감일이 다가오자 KB손보는 대한항공에도 도움을 청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선수의사를 타진한 뒤 미국 라스베가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김학민과 연봉 3억원에 사인했다. 이후 약속대로 김학민을 KB손보로 트레이드 시켰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이었다. 김학민이 FA 계약을 하지 못할 경우 한 시즌을 통째로 뛰지 못하는 규정에 발목이 잡힐 수 있었다.
KB손보는 23일 김학민 영입을 공식발표 했다. 김학민은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고 싶어서 이적을 결정했다.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학민의 가세로 KB손보는 한숨을 돌렸다. 손현종을 대한항공에 빼앗겼을 때까지만 해도 KB손보 프런트 분위기는 절망이었다. 그러나 김학민의 영입으로 다시 희망이 감돌고 있다. 김학민은 여전히 1번 레프트 공격수로 활용가치가 높다는 것이 배구인들의 평가다. 리시브가 약하지만 정동근과 김정호가 뒤에서 받쳐줄 경우 좌 학민-우 외국인 공격수로 탄탄한 날개 공격이 갖춰지게 된다. '극강'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에다 '다크호스' 우리카드와 견줄 수 있는 전력으로 다시 도약했다.
권 감독은 "김학민은 뛰어난 체공력을 바탕으로 높은 타점의 공격과 블로킹이 일품이다. 평소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한 만큼 팀 내 어린 선수들에게 훌륭한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순조롭게 잘 적응하여 팀에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